직장인 A씨는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업무 강도도 다른 직종과 비교해 강하지 않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하루 종일 피곤하고 공허한 감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일에 집중할 수가 없고, 직장을 생각하면 '그냥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임원 모두가 참석했던 주 1회에 정규 회의가 없어지면서, 이 증상은 더 심해졌다. 이전에는 회의에서 한 번 말하면 됐던 안건을 이제는 세 명의 임원에게 각자 결재받아야 했다. 오히려 회의는 더 많아졌다. 상무와의 회의를 위해, 본부장과 먼저 회의해야 했고, 본부장과의 회의를 위해 또 부장과 회의를 해야 했다. 정작 업무 실행 속도는 느려지고, 비효율적인 절차에만 시간과 노력을 쏟다 보니, 단지 자신이 회사의 한 부품으로 여겨졌다.
다수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늘어나고 있는 번아웃 직장인의 모습을 가상으로 재구성한 사례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로 시간은 2013년 월평균 172.6시간에서 2023년 156.2시간으로 20시간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번아웃을 느끼는 사람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번아웃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어느 시점에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처럼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리서치 전문 기업 피엠아이에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장 생활 중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몸과 마음이 지치는 피로감(35.6%)', '불안감(14.9%)' 순이었다. 지난 2021년 인크루트 조사에서 국내 직장인의 64.1%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물론 근로 시간이 번아웃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고, 실제로 근무 강도가 강한 집단일수록 번아웃을 겪는 비율이 높다"면서도 "최근에는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아도 본인의 일이 소모성이라고 여겨,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절대적 업무량 보다 '심적 부하'가 원인 될 수도
다수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늘어나고 있는 번아웃 직장인의 모습을 가상으로 재구성한 사례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로 시간은 2013년 월평균 172.6시간에서 2023년 156.2시간으로 20시간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번아웃을 느끼는 사람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번아웃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어느 시점에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처럼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리서치 전문 기업 피엠아이에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장 생활 중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은 '몸과 마음이 지치는 피로감(35.6%)', '불안감(14.9%)' 순이었다. 지난 2021년 인크루트 조사에서 국내 직장인의 64.1%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물론 근로 시간이 번아웃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고, 실제로 근무 강도가 강한 집단일수록 번아웃을 겪는 비율이 높다"면서도 "최근에는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아도 본인의 일이 소모성이라고 여겨,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절대적 업무량 보다 '심적 부하'가 원인 될 수도
과도한 업무만 번아웃을 유발한다는 것은 오해다. 업무량이 낮아도 ▲업무 지시가 명확하지 않거나 ▲자신의 역할이 불분명하거나 ▲업무 후 회의감이 드는 등 '질'적으로 업무 부하가 높으면 번아웃이 올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2023년 직장인 19만명을 대상으로 국내 직장인 스트레스와 관련해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번아웃증후군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88.6%로 압도적이었다. 번아웃이 온 이유로는 질적 업무 부하에 해당하는, '체계적이지 못한 업무 진행(65.3%)'이 1순위로 꼽혔다. '과도한 업무량(58.9%)'은 2위에 그쳤고, 그다음으로는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 어려움(32.9%)', '소위 갑이 다수 존재(31.8%)' 등 질적 업무 부하와 관련된 이유가 뒤를 이었다. 주된 번아웃 증상으로는 ▲업무집중력 저하(74.4%) ▲퇴사 욕구 상승(72.9%) ▲목표 상실과 삶에 회의(55.5%) ▲회사에 대한 반발 커짐(50.3%) 등이었다.
질적 업무 부하로 인한 번아웃 환자가 늘어난 것은 현장에서도 느껴지는 변화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상원 소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실제로 체력적으로는 충분해도 무의미하거나 부당한 일들로 본인이 부품처럼 소모된다고 느끼거나 개선되지 않는다고 느껴 번아웃이 온 환자가 늘고 있다"며 "물론 번아웃이 오는 이유는 다양해서 업무가 과도하거나, 업무 이후 가정에서도 육아 등으로 본인 시간이 없어 번아웃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기술 발전하며 앞으로 번아웃 환자 더 많아질 것"
질적 번아웃을 겪는 환자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상원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급여체계로 한 사람이 같은 시간 하는 일은 두 배 이상으로 많아져 실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량이 늘었다"며 "기술은 빨라졌지만, 체계는 맞춰 변화하지 못한 회사가 많아 효율이 떨어지면서 질적 부하도 강해졌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므로 번아웃 환자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030년에는 직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아닌 '우울증'일 것이라고 밝혔다. 번아웃은 우울증과 직결된 증상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번아웃이 수면 장애, 우울, 불안, 자살 충동 등과 많이 동반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번아웃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될수록 악화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했다.
특히 질적 부하로 인한 번아웃에 노출될 위험이 큰 고위험군으로는 ▲저소득자 ▲30대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직 등이 있다. 조 교수는 "우울증으로 악화한 뒤에야 환자들이 찾아온다"며 "2주 이상 피로감이 오래간다고 느껴지면 우울 장애 진단 9가지 주요 항목 중 5가지 이상이 해당하지 않는지 확인해 보고, 필요하다면 바로 전문가와 상담하길 바란다"고 했다.
주요 9가지 항목은 ▲우울한 기분 ▲흥미·쾌락 상실 ▲체중·식욕 변화 ▲수면 문제(불면 혹은 과수면) ▲초조하거나 행동과 말이 느려짐 ▲피로하거나 에너지 저하 ▲무가치함이나 과도한 죄책감을 느낌 ▲사고력·집중력·의사결정능력 감소 ▲죽음에 대한 생각이 생김 등이 있다. 5가지 이상 증상이 있다면 자연 회복되기는 어렵다. 이땐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회복이 가능하다.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찾아 '배출구' 삼아야
번아웃이 오는 것을 방지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한 언론사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번아웃 고위험군도 ▲리더가 팀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유연 근무 등 자율성을 제공하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으로 개인을 존중하면 번아웃에 빠질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에서는 실시간 소통과 대화로 현 상황을 점검하는 '체크인' 제도를 통해, 퇴사율을 30%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교수는 "번아웃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회사에서 제도나 체계 정비를 통해,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해 가야 한다"고 했다.
개인도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업무 과정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넣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본인에 대한 통제감을 잃는 게 결국 질적 부하로 인한 번아웃의 핵심이었다"며 "일의 의미를 찾아보고, 작은 거라도 일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을 찾고 이걸 본인의 결정으로 키울 수 있는 일을 업무에 넣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일을 개선하는 게 어렵다면, 몰입할 수 있는 다른 취미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 교수는 "면담을 해보면 번아웃을 온 대다수 사람이 남는 시간에 유튜브를 보거나 자는 등 본인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명확한 취미가 없다"며 "사람을 만나거나, 운동을 하거나 개인이 좋아하는 하나의 배출구를 찾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2023년 직장인 19만명을 대상으로 국내 직장인 스트레스와 관련해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번아웃증후군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88.6%로 압도적이었다. 번아웃이 온 이유로는 질적 업무 부하에 해당하는, '체계적이지 못한 업무 진행(65.3%)'이 1순위로 꼽혔다. '과도한 업무량(58.9%)'은 2위에 그쳤고, 그다음으로는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 어려움(32.9%)', '소위 갑이 다수 존재(31.8%)' 등 질적 업무 부하와 관련된 이유가 뒤를 이었다. 주된 번아웃 증상으로는 ▲업무집중력 저하(74.4%) ▲퇴사 욕구 상승(72.9%) ▲목표 상실과 삶에 회의(55.5%) ▲회사에 대한 반발 커짐(50.3%) 등이었다.
질적 업무 부하로 인한 번아웃 환자가 늘어난 것은 현장에서도 느껴지는 변화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상원 소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실제로 체력적으로는 충분해도 무의미하거나 부당한 일들로 본인이 부품처럼 소모된다고 느끼거나 개선되지 않는다고 느껴 번아웃이 온 환자가 늘고 있다"며 "물론 번아웃이 오는 이유는 다양해서 업무가 과도하거나, 업무 이후 가정에서도 육아 등으로 본인 시간이 없어 번아웃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기술 발전하며 앞으로 번아웃 환자 더 많아질 것"
질적 번아웃을 겪는 환자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상원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급여체계로 한 사람이 같은 시간 하는 일은 두 배 이상으로 많아져 실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량이 늘었다"며 "기술은 빨라졌지만, 체계는 맞춰 변화하지 못한 회사가 많아 효율이 떨어지면서 질적 부하도 강해졌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므로 번아웃 환자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030년에는 직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아닌 '우울증'일 것이라고 밝혔다. 번아웃은 우울증과 직결된 증상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번아웃이 수면 장애, 우울, 불안, 자살 충동 등과 많이 동반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번아웃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될수록 악화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했다.
특히 질적 부하로 인한 번아웃에 노출될 위험이 큰 고위험군으로는 ▲저소득자 ▲30대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직 등이 있다. 조 교수는 "우울증으로 악화한 뒤에야 환자들이 찾아온다"며 "2주 이상 피로감이 오래간다고 느껴지면 우울 장애 진단 9가지 주요 항목 중 5가지 이상이 해당하지 않는지 확인해 보고, 필요하다면 바로 전문가와 상담하길 바란다"고 했다.
주요 9가지 항목은 ▲우울한 기분 ▲흥미·쾌락 상실 ▲체중·식욕 변화 ▲수면 문제(불면 혹은 과수면) ▲초조하거나 행동과 말이 느려짐 ▲피로하거나 에너지 저하 ▲무가치함이나 과도한 죄책감을 느낌 ▲사고력·집중력·의사결정능력 감소 ▲죽음에 대한 생각이 생김 등이 있다. 5가지 이상 증상이 있다면 자연 회복되기는 어렵다. 이땐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회복이 가능하다.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찾아 '배출구' 삼아야
번아웃이 오는 것을 방지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한 언론사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번아웃 고위험군도 ▲리더가 팀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유연 근무 등 자율성을 제공하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으로 개인을 존중하면 번아웃에 빠질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에서는 실시간 소통과 대화로 현 상황을 점검하는 '체크인' 제도를 통해, 퇴사율을 30%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교수는 "번아웃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회사에서 제도나 체계 정비를 통해,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해 가야 한다"고 했다.
개인도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업무 과정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넣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본인에 대한 통제감을 잃는 게 결국 질적 부하로 인한 번아웃의 핵심이었다"며 "일의 의미를 찾아보고, 작은 거라도 일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을 찾고 이걸 본인의 결정으로 키울 수 있는 일을 업무에 넣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일을 개선하는 게 어렵다면, 몰입할 수 있는 다른 취미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 교수는 "면담을 해보면 번아웃을 온 대다수 사람이 남는 시간에 유튜브를 보거나 자는 등 본인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명확한 취미가 없다"며 "사람을 만나거나, 운동을 하거나 개인이 좋아하는 하나의 배출구를 찾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