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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방송인 이경실이 출시한 달걀이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난각번호 끝자리가 '4'로 표기됐지만, '1'이 매겨진 달걀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돼서다. 숫자가 낮을수록 닭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 이경실은 난각번호 4번만 보고 품질을 판단할 수 없다며, 달걀의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투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난각번호와 달걀 품질은 관계가 없을까?

◇난각번호 끝자리, 엄밀히 말하면 품질과 상관없어
정확하게 말하면, 실제 난각번호 끝자리 4번과 품질은 관련이 없다. 난각번호는 '산란 일자(4자리)+농장 고유번호(5자리)+사육환경번호(1자리)’로 구성된 10자리 숫자로, 달걀이 언제·어디서·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를 담고 있다. 끝자리인 사육환경번호는 ▲1번 자연 방사 ▲2번 평사 ▲3번 개선 케이지 ▲4번 기존 케이지 사육을 의미한다.

사육환경과 달걀의 영양 성분은 이경실의 주장대로 무관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같은 난각번호여도 농장마다 다른 환경에서 닭을 키운다"며 "환경에 따라 생산된 달걀 성분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등급, 난각번호 첫 네 자리 확인해야
난각번호 끝자리가 아닌, 달걀 등급이 달걀 품질을 의미한다. 등급은 '축산물 등급판정 세부기준'에 따라 1+등급, 1등급, 2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작업자가 ▲육안으로 달걀껍데기의 모양, 상처의 유‧무, 결함을 평가하는 '외관판정' ▲빛을 비춰 노른자의 상태, 껍데기 실금 등을 평가하는 ‘투광판정’ ▲달걀을 깨뜨려 노른자와 흰자의 상태, 높이를 측정하는 ‘할란판정’ 등을 통해 평가한다. 이 판정을 거치면 달걀이 각각 A‧B‧C‧D급으로 나뉘어진다.  1+등급은 A급 달걀이 70% 이상, B급 이상이 90% 이상이라는 뜻이다. 1등급은 B급 이상이 80% 이상이고 D급이 5% 이하여야 하고, 2등급은 C급 이상이 90% 이상을 넘기면 된다.


다만, 달걀 등급판정제는 업체의 '자율 참여'가 기본이라 모든 달걀에서 등급을 확인할 순 없다. 축평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품질표시 없이 직접 외관 등을 보고 품질 정도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며 "외관으로는 청결 정도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추정할 방법이 있다면, 난각번호 끝이 아닌 첫 네 자리(산란 일자)를 확인하는 것이다. 달걀의 신선도는 갓 나온 달걀일수록 높다. 일반적으로 달걀은 냉장 보관 시 산란 일자 기준 한 달 이내에 소비하도록 권고된다. 이미 구입했다면, 달걀노른자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신선도가 떨어질수록 노른자가 퍼지거나, 짙은 색이다.

축평원은 품질 등급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품질관리된 달걀 생산을 늘리기 위한 '달걀 품질등급인증제' 시험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등급제는 91개소, 품질등급인증제 시범사업에는 47개소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축평원 관계자는 "등급 달걀 유통 활성화를 위해 많은 업체가 품질등급인증제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사육환경,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엔 영향 미칠 수도
한편, 난각번호 끝자리로 알 수 있는 닭 사육환경은 달걀 영양 성분은 몰라도 닭 건강에는 영향을 끼친다. 지난 2월 동물자유연대가 개최한 '산란계 동물복지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공개된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윤진현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사육환경에 따라 닭이 받는 스트레스가 달랐다. 사육환경 3번에 사는 닭이 낳은 달걀은 2번에 사는 닭의 달걀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정부에서는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7년 9월부터는 난각번호 4번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