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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 상태에서 숙취 해장용으로 라면을 먹는 행동은 간 해독 기능 저하와 위 점막 손상 위험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 마신 다음 날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장 음식이 라면이다. 뜨겁고 자극적인 국물이 일시적으로 속을 풀어주는 것 같아 아침 대용으로 라면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습관이 간과 위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숙취 해장용으로 라면을 먹는 행동은 간 해독 기능 저하와 위 점막 손상 위험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

◇탈수 증상 악화
숙취 상태의 몸은 탈수된 상태다. 이때 라면처럼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은 음식이 들어오면 체내 수분 균형이 더 흐트러지고, 간은 알코올 대사와 전해질 조절을 동시에 수행해야 해 부담이 커진다. 뜨거운 국물까지 마시면 땀이 나면서 탈수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두통·어지러움·무기력 같은 숙취 증상이 지속되는 이유다. 일반 봉지라면 1개(국물 포함)의 나트륨 함량은 1730㎎으로,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장 섭취량(2000㎎)의 86.5%에 달한다.

◇위 점막 손상
공복 상태의 위도 문제다. 자고 일어난 직후 위 점막은 얇아진 상태인데, 여기에 짠 국물·기름기·자극적인 조미료가 많은 라면이 들어오면 위벽에 강한 자극을 준다. 라면의 높은 나트륨 농도는 위산 분비를 급격히 증가시켜 속 쓰림, 소화 지연, 위염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해장용 라면은 국물 섭취 비중이 높아 자극은 더 커진다.


◇간 해독 기능 저하
해장용 라면은 간에도 큰 타격을 준다. 전날 음주로 밤새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라면이 들어오면, 포화지방·첨가물·조미료 등을 해독해야 해 간 기능 부담이 가중된다. 이러한 부담이 반복되면 피로가 누적되고 간 내 염증이나 지방 축적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

◇급격한 혈당 상승
혈당 문제도 있다. 공복에 라면을 먹으면 정제 탄수화물이 빠르게 흡수되면서 혈당이 급격히 상승한다. 라면은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부족해 혈당 스파이크가 쉽게 발생하고,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해장했는데도 더 피곤하거나 무기력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이처럼 숙취 해장을 위한 잘못된 음식 선택은 오히려 몸의 회복을 늦출 수 있다. 라면처럼 염분·기름·조미료가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반면 미역국, 북엇국, 바나나, 오이 등 저나트륨·수분 보충 식품은 먹는 게 좋다. 특히 콩나물국이나 북엇국 같은 음식은 숙취 해소에 적합하다.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 북어의 메티오닌 성분이 숙취 원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를 도와준다. 서울대의대 고창순, 박상철 교수팀은 ‘숙취의 생화학’ 논문에서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과음 등으로 인한 뇌신경손상, 알콜성간염, 내분비 장애, 성기능 감퇴 등을 억제 혹은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음을 입증했다. 술은 그 자체 혹은 대사 과정의 부산물 등으로 인체에 적지 않은 독성을 끼치지만 콩나물 뿌리 부분에 다량 들어있는 아스파라긴산에 의해 빠른 속도로 제거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꿀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마시면 포도당 수치가 보충돼 피로와 어지럼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