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미스터리]
심장은 다른 장기와 달리 뇌사자의 기증이 있어야만 이식이 가능하다. 심장 이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여자는 항상 부족하다. 1984년의 미국 의료진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동물 심장 이식에 주목했었다. 그 사례가 바로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베이비 페이’다.
1984년 10월 14일에 미숙아로 태어난 스테파니 페이 보클레어는 저형성 좌심증후군이라는 치명적인 심장 기형을 앓고 있었다. 태어난 지 나흘 만에 페이의 숨이 가빠졌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 의과대학 레너드 베일리 박사팀은 페이의 부모에게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하면 아기를 살릴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1967년 최초의 인간 간 심장 이식 수술 이후 이식 수술은 큰 발전을 이뤘지만, 당시까지 유아 심장 이식 수술은 단 한 번도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유아 기증 심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베일리 박사는 7년 동안 다른 동물 종을 이용한 이종이식(xenograft)을 연구해 왔다.
부모가 수술에 동의하면서 10월 26일, 생후 12일의 페이는 7개월 된 어린 암컷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페이는 처음에는 꾸준히 호전됐지만, 이식 14일 후부터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 21일 만에 결국 사망했다.
한편, 이 수술은 곧바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베일리 박사는 “이 수술이 페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고 말했지만, 동물권 운동가들과 윤리학자들은 건강한 개코원숭이 한 마리를 희생시킨 점, 신생아를 대상으로 실험적 수술을 진행한 점, 부모의 동의 과정의 적절성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UCLA 의대의 폴 테라사키 교수가 “의사들이 개코원숭이에게 심장 수술을 하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인간 유아의 심장을 이식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파장은 더 커졌다.
페이의 부모는 이후 미국 매체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장단점을 따졌고 어떤 수술이든 시도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아기의 생명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며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덕분에 페이의 수명이 세 배로 늘었고, 이 경험이 다음 아기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논란과는 별개로, 이 수술은 장기 이식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페이를 통해 얻은 연구 결과는 베일리 박사가 이듬해 세계 최초로 신생아 간 심장이식을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
개코원숭이 등 영장류를 이용한 심장 이식은 윤리적 문제와 사람과의 유전적 차이 때문에 ‘베이비 페이’ 이후 더 이상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에는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조작된 돼지 장기를 이용한 이종이식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돼지는 해부학적 구조가 사람과 비슷하고 사육에 용이하며, 윤리적 논란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면역 거부 반응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돼지 유전자를 정밀 조절하는 작업도 가능해졌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임상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비록 환자들이 장기 생존에는 실패했지만, 초기 급성 거부 반응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이종장기 이식은 점차 실현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다만, 인간과 동물을 모두 고려한 윤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1984년 10월 14일에 미숙아로 태어난 스테파니 페이 보클레어는 저형성 좌심증후군이라는 치명적인 심장 기형을 앓고 있었다. 태어난 지 나흘 만에 페이의 숨이 가빠졌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 의과대학 레너드 베일리 박사팀은 페이의 부모에게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하면 아기를 살릴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1967년 최초의 인간 간 심장 이식 수술 이후 이식 수술은 큰 발전을 이뤘지만, 당시까지 유아 심장 이식 수술은 단 한 번도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유아 기증 심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베일리 박사는 7년 동안 다른 동물 종을 이용한 이종이식(xenograft)을 연구해 왔다.
부모가 수술에 동의하면서 10월 26일, 생후 12일의 페이는 7개월 된 어린 암컷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페이는 처음에는 꾸준히 호전됐지만, 이식 14일 후부터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 21일 만에 결국 사망했다.
한편, 이 수술은 곧바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베일리 박사는 “이 수술이 페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고 말했지만, 동물권 운동가들과 윤리학자들은 건강한 개코원숭이 한 마리를 희생시킨 점, 신생아를 대상으로 실험적 수술을 진행한 점, 부모의 동의 과정의 적절성 등을 문제 삼았다. 당시 UCLA 의대의 폴 테라사키 교수가 “의사들이 개코원숭이에게 심장 수술을 하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인간 유아의 심장을 이식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파장은 더 커졌다.
페이의 부모는 이후 미국 매체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장단점을 따졌고 어떤 수술이든 시도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아기의 생명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며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덕분에 페이의 수명이 세 배로 늘었고, 이 경험이 다음 아기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논란과는 별개로, 이 수술은 장기 이식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페이를 통해 얻은 연구 결과는 베일리 박사가 이듬해 세계 최초로 신생아 간 심장이식을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
개코원숭이 등 영장류를 이용한 심장 이식은 윤리적 문제와 사람과의 유전적 차이 때문에 ‘베이비 페이’ 이후 더 이상 이뤄지지 않다가, 최근에는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조작된 돼지 장기를 이용한 이종이식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돼지는 해부학적 구조가 사람과 비슷하고 사육에 용이하며, 윤리적 논란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면역 거부 반응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돼지 유전자를 정밀 조절하는 작업도 가능해졌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임상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비록 환자들이 장기 생존에는 실패했지만, 초기 급성 거부 반응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이종장기 이식은 점차 실현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다만, 인간과 동물을 모두 고려한 윤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