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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층의 ‘쓰레기 집’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청년층의 ‘쓰레기 집’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경기 오산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나 5층에 살고 있던 주민 1명이 숨졌다. 화재는 당시 2층에 거주하고 있던 20대 여성이 라이터와 스프레이 파스를 이용해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커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20대 여성이 혼자 살던 집에 생활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었고, 여기에 불이 옮겨붙으며 삽시간에 번진 것이다. 다섯 평 남짓한 방에서 생활 쓰레기만 두 트럭이 나왔다.

지난 5일 JTBC 취재에 따르면 이 여성은 편의점에서 가져온 폐기 식품을 먹고 난 쓰레기를 집에 쌓아뒀다고 한다. 최근 아르바이트마저 그만두자 무기력증이 심해지며 ‘저장강박증’을 앓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저장강박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는 것이다. 심해지면 집 안이 각종 폐지와 오물로 가득 차 악취가 퍼지고 화재 위험까지 높아진다. 이에 전국 90여 개 기초자치단체는 관련 조례를 마련해 전문 청소 지원이나 정신건강 치료 연계 등 행정적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 체계는 대부분 차상위계층이나 한부모 가정, 기초연금 수급자 등 특정 요건을 갖춘 가구를 대상으로 제한돼 있다. 우울·번아웃·무기력 등으로 일상 유지 능력이 무너진 청년층의 ‘쓰레기 집’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청년층의 경우 정신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스스로 돌볼 힘을 잃어 생활공간 관리가 무너지기 쉽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당사자의 인식 없이 서서히 진행되고, 비위생적 환경이 다시 무기력과 회피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변 도움을 거부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고립까지 초래할 수 있다.

상지대 한방신경정신과 서진우 교수는 “청년층은 소유나 저장에 대한 강박보다는 본인의 감정 상태에 대한 표현의 일종으로 나타난다”며 “바깥에서는 활동을 잘해서 집에 가보지 않는 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난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청년층과 사회초년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공허함을 느껴 우울이나 무기력증이 증가하는 것이 원인”이며 “SNS 속 화려한 삶과 대비되는 자신도 무기력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즉 청년층의 고립 문제가 ‘쓰레기 집’과 같은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청년층을 포함한 젊은 세대의 쓰레기 집 문제는 노년층의 저장장애처럼 한 가지 이유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저장장애 외에도 우울증, 무기력증, 번아웃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에 청년층을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회는 지난 9월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 대상에 청년층을 포함했다. 지원 대상을 고령층,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에서 청년층까지 확대한 건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용산구의회 윤정회 의원은 “이번 조례는 미래를 포기할 정도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희망을 되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완전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과 연계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