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지랄병'으로 불리며 사람들로부터 부정적 낙인이 찍힌 간질. 뇌세포의 무질서한 이상흥분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간질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할 정도로 고대부터 언급됐던 질환이다.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간질환자와 그 가족들은 증상으로 인한 고통 외에도 이러한 낙인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고통까지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아직까지도 이들은 두렵고 가까이 하기 싫은 이방인 신세.

간질환자의 사회적 고립현상은 간질치료 전문의 모임인 '에필리아'에서 실시한 설문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에필리아(www.epilia.net)는 최근 한국인 성인 남녀 843명을 대상으로 간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태도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결과 간질환자와 사회적 관계 및 친구관계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20~27%만이 '쉽게 그럴 수 있다'고 답해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거나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친분이 있는 사람이 간질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불편할 것 같고 피하겠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3분의 1이나 됐다.

특히 자녀가 간질환자를 친구로 삼거나 교제하는 것을 허락하겠다는 응답은 20% 밖에 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주저하거나 허락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간질환자가 발작이 잘 조절돼 정상적으로 생활해도 간질환자와 결혼하는 것에 동의하는 부모는 단 2% 밖에 되지 않았으며, 58%가 주저할 것이며, 40%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만일 응답자가 고용주라면 일에 적합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간질환자라도 고용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34%, 50%는 특별한 조건하에서만 고용하겠다고 답했다.

에필리아 총무 조용원 교수(동산병원 신경과)는 "이번 연구조사를 계기로 간질환자들이 사회적 편견에 의한 이중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필리아는 국내에서 간질치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신경과와 소아과 간질 전문의들이 모여 간질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www.epilia.net)이다.

이곳에서는 잘못 알려진 간질상식, 간질과 관련된 최신 의학강좌, 치료방법 등은 물론 간질환자 증례 등 간질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