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병원] 담소유병원
탈장, 통증 적어 치료 미루기도
내버려두면 장기 썩기 시작해
발생 즉시 수술해야 합병증 적어
현재 표준은 '인공 막 수술법'
복강경으로 배 속 넓게 탐지
둘 더해지면 재발 위험 낮아져
탈장 예방 어려워… 생긴 즉시 치료를
탈장은 주로 배꼽과 서혜부(사타구니)에 잘 생긴다. 초기에는 복벽에 난 구멍으로 장기가 잠시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배꼽이나 서혜부 부근에 볼록한 혹이 생겼는데, 손으로 누르면 쏙 들어가는 경우 탈장을 의심할 수 있다. 복벽의 근육이 벌어져 조금 뻐근할 수 있으나 생각보다 통증도 크지 않다. 많은 환자가 '병원에 가 보아야 할까' 생각했다가 이내 '괜찮겠지' 하고 관두는 이유다. 그러나 내버려두면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장기의 부피가 커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밖으로 빠져나온 장기가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구멍에 낀다.
예방은 어렵다. 무거운 물건을 허리를 굽힌 채 들어 올리는 습관, 잦은 기침, 배변 시 배에 힘을 주는 행위 등으로 배에 압력이 가해지는 일이 누적되면, 복벽의 약해진 부분으로 내장이 빠져나온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탈장을 예방하겠다고 이 모든 행위를 삼가면서 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기록원 인증 소아·성인 탈장 복강경 수술 최다 집도(2만 8833례) 기관인 담소유병원 이성렬 병원장은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듯이, 편하게 살다가 탈장이 발생하면 치료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장기가 복막에 끼는 순간 '응급 상황'
탈장이 발생했음을 인지한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내버려뒀다가 장기가 복벽 구멍에 끼면 순식간에 응급 상황이 된다. 이성렬 병원장은 "구멍에 낀 장기에 피가 통하지 않으면 한두 시간 만에 썩기 시작한다"라며 "이미 썩은 장은 살려낼 수 없으므로 절제해야 하는데, 바깥으로 빠져나와 썩은 것이 대장이라면 절제와 더불어 인공 항문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는 성인보다 응급 상황이 더 잘 생기므로 탈장 발견 시에 특히 빨리 치료해야 한다. 현재로서 탈장을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가벼운 탈장이래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일은 거의 없다. 실제로 탈장 환자들을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한 연구 대부분에서 환자들은 탈장이 점점 악화해 결국 수술이 필요해졌다. 복벽 구멍에 끼인 장기로의 혈류가 차단돼 응급 수술이 필요해지는 사례도 생겼다. 이성렬 병원장은 "응급 상황으로 치달은 상태에서 수술하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지므로 탈장 정도가 심하지 않은 초기에 미리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재발하지 않으려면 '인공 막 표준 수술'을
전 세계적으로 탈장 수술의 표준적인 치료법은 '인공 막(mesh, 메쉬) 수술법'이다. 벌어진 복벽을 바느질하듯 꿰맨 다음, 안쪽에 그물망 모양의 인공 막을 덧대 몸속 장기를 떠받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으로 인체에 무해하다. 복벽의 구멍을 꿰매기만 했을 때보다 재발 위험이 낮아진다. 5년 내로 탈장이 재발할 위험이 인공 막을 쓰지 않을 때는 5~30%인데, 인공 막을 쓴 환자에게선 약 1% 이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재발 가능성을 더 낮추기 위해 아직 문제가 생기지 않은 부위까지 인공 막으로 미리 보강하기도 한다. 성인은 복벽 여러 곳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서혜부 탈장으로 예를 들면 서혜부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네 개씩, 총 여덟 개의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 환자는 이 중 하나의 구멍만으로 탈장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수술할 때 당장 증상이 나타난 하나의 구멍만 처치하면, 추후 나머지 구멍에서 탈장이 또 발생하기도 한다. 이 역시 재발로 본다. 이에 구멍이 크게 벌어지거나 해당 구멍으로 장이 빠져나오지는 않은 상태여도 인공 막을 미리 덧대야 한다.
이렇듯 탈장 수술은 당장 탈장이 발생한 곳만 수술할 게 아니라,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나머지 부분까지 확인하고 미리 처치할 때 재발 위험이 낮아진다. 이를 위해 배 속의 공간을 넓게 탐지하려면 개복 수술 말고 복강경 수술이 필요하다. 배를 5~10㎝ 갈라서 의사가 맨눈으로 병변을 보며 수술을 집도하는 개복 수술과 달리, 복강경 수술은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카메라가 달린 복강경과 수술 도구를 삽입한 다음 의사가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한다. 개복 수술을 택하면 왼쪽을 열었을 경우 오른쪽의 복벽 구멍을 확인할 수 없지만, 복강경을 이용하면 어느 쪽에 탈장이 발생했든 좌우 복벽 모두 점검할 수 있다. 이성렬 병원장은 "복강경을 쓰면 실제 수술 장면을 녹화해서 환자에게 보여줄 수 있고, 의사가 수술 부위를 여섯 배로 확대해서 보며 수술할 수 있어 정확도가 가장 높다"라며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더 믿음직스러운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의학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는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렵다. 담소유병원 이성렬 병원장에 따르면 내게 생긴 질환을 치료받을 주치의를 정할 때 다음의 조건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①수술 건수 보기=같은 수술이라도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하느냐 적은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달라진다. 이성렬 병원장은 "복강경을 이용한 탈장 수술을 예로 들면, 보통은 한 시간 내외가 소요되지만, 능숙한 사람이 하면 30분 이내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②학회에 게재한 논문 확인하기=수술 기법은 발전을 거듭한다. 의사도 계속해서 배우고 연구해야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다. 의사의 '공부 내공'을 가늠할 만한 척도 중 하나가 바로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이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 산하 국립 의학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논문 아카이브 사이트 펍메드(PunMed)에 들어가서, 의사의 이름과 관심 있는 질환을 영문으로 검색해 보면 된다. 해당 질환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돼 있는지 확인하면 좋다.
탈장의 경우 ▲미국 탈장 학회 공식 저널인 'Hernia(탈장)' ▲미국 복강경 학회·유럽 내시경 외과학회 공식 저널인 'Surgical Endoscopy(외과 내시경)' ▲미국 학술 전문 출판사 매리 앤 리버트에서 발간하는 'Journal of Laparoendoscopic&Advanced Surgical Techniques(JLAST, 복강경 & 첨단 수술 기법 저널)' 등이 권위 있는 학술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