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치료제가 시장에 공급되면서 비만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비만 합병증 중 하나인 대사이상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치료제는 두 개뿐인 가운데, 후발 주자가 되고자 하는 기업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치료제는 단 2개… 지금 시장은 '블루오션'
MASH는 간에 독성 지방 분자가 축적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방치할 경우 간경변증, 간부전, 간세포암으로 진행될 수 있고, 심혈관질환과 간이 아닌 다른 조직에 생기는 암의 위험도 높아져 사망 위험이 커진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알코올성지방간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MASH 치료에 쓰이는 약은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 ‘레즈디프라’와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등 두 가지다. 위고비는 지난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MASH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그전까지는 2024년 3월 허가된 레즈디프라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레즈디프라는 MASH의 주요 근본 원인을 표적으로 삼도록 설계된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제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비만 개선을 통해 MASH로 인해 생기는 염증을 줄이고 간 섬유화 증상을 개선한다.
레즈디프라는 MASH에서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마드리갈은 보상성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MASH 환자에 대한 2년 추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보상성 간경변증은 질병이 일정 수준 이상 나빠졌지만, 아직 간 기능이 유지돼 뚜렷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없는 초기 상태를 말한다. 해당 연구는 2년 동안 레즈디프라로 치료한 환자 113명을 추적 조사했다. 레즈디프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간이 굳어진 정도가 감소했다. 혈소판 수치가 10만μL(마이크로리터) 미만인 경우 긴의 압력이 7.9kPa(킬로파스칼) 줄었고, 10만μL 이상인 경우 6.4kPa 줄었다.
◇글로벌 빅파마, 바이오텍 인수로 MASH 후보물질 확보
몸집이 큰 글로벌 제약사도 MASH 치료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후보물질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화이자는 최근 100억달러(한화 약 14조6400억원)에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멧세라를 인수했다. 멧세라는 비만 치료제 개발사로, ▲주 1회·월 1회 주사형 GLP-1 약물 'MET-097i' ▲월 1회 아밀린 유사체 'MET-233i' ▲먹는 GLP-1 약물 2종 등이 있다. 모두 위고비와 기전이 유사하며, 비만뿐만 아니라 MASH 치료제로도 연구 중이다.
로슈도 지난 9월 간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사 89바이오를 24억달러(한화 약 3조51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로슈는 MASH 신약 후보물질 '페고자퍼민'을 확보했다. 페고자퍼민은 중등도~중증 간 섬유화 환자와 간경변 환자의 MASH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개발 중이다. 로슈는 페고자퍼민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MASH 치료제를 함께 연구해 두 약을 병용하는 방법으로의 개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내사 한미·디앤디·동아에스티·올릭스도 개발 나서
국내 제약사들 또한 MASH 신약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로는 한미약품이 MSD에 기술이전한 '에페노페그듀타이드'와 디앤디파마텍의 DD01이 있으며, 올릭스가 일라이 릴리에 기술이전한 RNA 기반 치료제 'OLX702A'도 주목받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사인 메타비아는 미국간학회에서 신약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임상 2a상에서 간 지방함량을 72.7% 줄였고, 이는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42.3%)'보다 높았다. DD01은 미국 임상 2상에서 투약 환자의 75.8%가 30% 이상 지방간 감소를 경험했고, 절반가량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OLX702A는 아직 임상 1상 단계에 있으나, 전임상 연구에서 MASH·간 섬유화뿐만 아니라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에서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비아는 7일 열린 '미국간학회 연례학술대회 2025'(AASLD)에서 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바노글리펠'의 임상 2a상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바노글리펠은 경구제로, GPR119 작용 기전이다. 연구 결과, 바노글리펠은 환자의 혈중 간 수치를 유의하게 낮췄다. 2형 당뇨병 치료제를 병용했을 때 추가적인 간 수치 감소가 발생하지 않아 단독 투여만으로도 간 보호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간 지방량 감소·간 경직도 완화도 확인했으며, 간 섬유화 지표·간 질환 위험도 지표도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