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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먹는 스타틴 치료제에 부작용이 있어 쓰지 못하거나, 복용해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를 위한 새로운 경구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같은 효능을 내는 주사제가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타틴 사용 어려운 환자 대안 가능성 ↑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MSD는 먹는 고지혈증 치료제 신약 '엔리시타이드'의 허가를 앞두고 있다. MSD는 지난 8일(현지시간) 29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엔리시타이드의 효능·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엔리시타이드는 하루에 한 알 먹는 'PCSK9 억제제'다. PCSK9는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몸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PCSK9를 차단하면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군의 심장마비·뇌졸중 발생률이 투여 첫 해 기준 최대 2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고지혈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는 리피토·로수젯 등 제품명으로도 유명한 '스타틴' 계열 제제가 쓰인다. 다만, 스타틴을 사용해도 콜레스테롤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은 PCSK9 억제제를 맞아야 한다.

엔리시타이드가 FDA의 승인을 받을 경우, 스타틴 치료제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의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PCSK9 치료 선택지는 2주 또는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다. 주사제이다 보니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인 만큼 약값도 상당하다.

보통 신약이 가장 먼저 허가받고 출시되는 미국의 경우 정가가 한 달에 500달러(한화 약 73만원)가 넘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전체 PCSK9 억제제의 매출은 18억달러(한화 약 2조64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월가가 예상한 올해 시장 규모인 400억달러(한화 약 59조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MSD 관계자는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엔리시타이드의 가격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LDL 콜레스테롤 절반 이상 감소… 주사제도 맞불
이번에 MSD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엔리시타이드로 24주간 치료받은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55.8% 감소했다. 반면 위약을 투여한 환자는 이 수치가 1.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심장내과 앤 마리 나바르 교수는 "스타틴이나 주사용 PCSK9 억제제 등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의 대다수는 치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며 "엔리시타이드는 심혈관질환이 이미 있거나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의 치료 목표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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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프랄런트, 레파타/사진=각사 제공
주사제 개발사 또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암젠은 기존에 허가된 PCSK9 억제제 주사 '레파타'의 새로운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연구에서 레파타는 스타틴 또는 다른 고지혈증 치료제와 병용했을 때 첫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25%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다른 PCSK9 억제제로는 사노피의 '프랄런트'가 있다. 국내에서 프랄런트와 레파타는 스타틴 기반 치료를 받았음에도 콜레스테롤을 조절하지 못한 환자의 경우 모두 건강보험 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