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공식 선언하면서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세부사항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만큼 의료계와 산업계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법의 테두리 안에 넣기 위해 국회에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총 7건 발의돼 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18일 법안소위 심사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0년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허용돼왔다. 2020년 2월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자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2023년 재진 중심의 시범사업으로 전환됐다. 이후 2024년 2월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생기자 초진까지 허용으로 확대됐다.
의료법 개정안 대부분은 의원급에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되 중증·희귀 난치 질환 등 일부 환자의 경우 병원급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비대면 진료 시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도 대부분 의안에 반영돼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안에는 환자의 거주지별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지역을 ‘비대면 진료권역’으로 지정하고, 그 안에 있는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차이가 있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을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동안의 시범사업 운영으로 드러났던 부작용을 면밀히 평가해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비대면 진료 시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이나 처방 기한을 제한하는 건 물론이고 의료분쟁 시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환자 편의 개선이라는 실효성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이 주축이 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가 비대면 진료 이용 경험이 있는 105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97.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 시간 절약 효과(95.7%), 의료 접근성 개선(94.5%), 대면 진료 지연·포기 문제 해결(93.5%), 병원과 약국 정보 접근 용이(91.8%), 의약품 접근성 개선(88.5%) 순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대상을 초·재진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에서 시행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되 일부 병원급 이용이 불가피한 환자에게는 예외를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