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톡톡]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초고령 사회 진입하며 노인성 난청 인구 증가
청력 손상, 치매로 이어지는 인지 기능 저하 원인
경도 난청, 보청기 착용… 고심도 난청은 인공와우 수술 고려
인공와우 이식 후 사회 복귀 늘고 인지·삶의 질 개선
청력 떨어지면 인지 저하로 이어져
난청은 평균적인 연령대에 비해 청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노화, 소음, 당뇨병·고혈압, 혈관 질환 등 원인이 다양하다. 세 명 이상 대화할 때 무슨 말인지 분간이 잘 안되거나, TV를 시청할 때 자막 없이 이해하기 어렵고 무언가를 자꾸 되묻게 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난청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난청은 인지 기능 저하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에 따르면, 고심도 난청 환자는 치매 위험이 정상인의 약 다섯 배에 달했다. 지난해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는 난청이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위험요인 중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게재되기도 했다. 송재진 교수는 "난청과 인지 기능 저하의 연관성을 밝혀낸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면서, 현재는 난청이 인지 저하를 가속화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난청이 인지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기전은 복합적이다. 뇌가 소리를 인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 기억력, 판단력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인지 자원이 줄어든다. 대화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사람을 피하고 교류가 줄다 보면 뇌 활동 또한 더욱 감소한다. 난청 원인 중 하나인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혈관을 손상시킬 경우 달팽이관의 미세혈관뿐 아니라 뇌 청각 피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난청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법은 청력 저하 정도에 따라 다르다. 40데시벨(dB) 이하의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도 난청은 보청기 착용을 권하며, 70데시벨 이상으로 청력이 떨어지거나 단어 변별력이 50% 미만인 고심도 난청은 '인공와우' 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은 손상된 달팽이관에 임플란트 전극을 심는 수술이다. 인공와우 기기는 소리를 받는 외부 어음 처리기와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청신경과 뇌를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하는 내부 임플란트로 구성된다. 내이(內耳)에 삽입한 전극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외부 장치는 급여 적용을 받아 발전된 제품으로 교체 가능하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은 국내에서 수십 년간 진행된 만큼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표준적인 치료다. 수술 후 개인별로 소리 자극을 맞추는 매핑, 언어 훈련 등을 거쳐 인공와우로 들리는 소리에 빠르고 쉽게 적응하게 된다. 송재진 교수는 "청력을 지키는 것이 곧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를 예방하는 뇌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며 "귀가 불편하면 병원을 찾는 것이 감기 치료만큼이나 당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와우 수술 전후로 시행하는 노인포괄평가에서도 인지 기능과 삶의 질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결과가 꾸준히 보고된다"고 했다.
인공와우 수술은 한 시간 내외로 진행된다. 생후 6개월 아기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서 받을 수 있으며, 원인과 환자별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진다. 특히 청각 신경 손상과 달팽이관 기형이 너무 심하거나, 달팽이관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인공와우 수술이 어렵다.
송 교수는 "일부 환자는 달팽이관 구조가 일반적인 형태와 달라 수술 중 신경 손상 위험이 높을 수 있다"며 "반드시 청력 손실의 원인을 진단한 뒤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불편함 참지 말고 조기에 검사·치료해야
문제는 고령 난청 환자 중 상당수가 잘 안 들리는 증상을 나이 탓으로만 여기며 병원 방문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보청기 착용이나 인공와우 수술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난청은 인지 기능을 떨어뜨리고 삶의 질까지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뒤늦은 치료는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난청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청기·인공와우 적응력이 떨어지고, 이미 인지 기능이 감퇴한 후에는 회복에 한계가 있다.
송재진 교수는 "청력을 지키는 것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를 예방하는 뇌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며 "귀가 불편하면 병원을 찾는 것이 감기 치료를 받는 것만큼이나 당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 난청의 경우 생후 9개월 전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성인이 됐을 때 언어·인지 발달 정도가 달라진다"며 "뇌가 다른 감각으로 재편되기 전에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은 효과적인 난청 치료를 위해 다학제 협진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노인 청력, 인지, 혈관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국가 단위의 정기 청력검진 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이다. 송 교수는 "암 검진처럼 몇 년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생애 주기별 청력 검사'를 시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