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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약과 함께 먹으면 위험한 음식들이 있다. 해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혈압 약을 잘 챙겨 먹고 있는데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특정 음식과의 상호작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혈압 약은 음식의 특정 성분과 반응할 수 있다. 이 반응이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고혈압 약은 약효의 지속 시간, 혈관 반응, 전해질 균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음식과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피해야 할 음식을 알아보자.

◇자몽
자몽에는 푸라노쿠마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간에서 약물 대사를 담당하는 효소, CYP3A4의 작용을 억제한다. 이때 고혈압 약 성분이 체내에 과잉 축적되면서 갑작스러운 저혈압, 어지럼증, 실신, 심하면 심박 이상이나 신장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CCB 계열의 칼슘채널차단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자몽 섭취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자몽 주스와 혈압약을 함께 먹으면 체내 약물 농도가 세 배가량 높아지고, 지나친 저혈압 상태가 돼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김치
김치 100g에는 500~700mg 이상의 나트륨이 포함돼 있다. 된장국, 국물 반찬과 함께 김치를 먹을 경우 2000mg의 하루 나트륨 권장량을 쉽게 넘긴다.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김치찌개, 겉절이, 절임무 종류를 포함한 식사 조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고혈압 약의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약으로 낮춘 혈압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고혈압 약 중 일부는 체내 칼륨 농도를 증가시키는데, 이때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이 깨지면 심장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통합건강의학연구소 샤드 마르바스티 소장은 “김치가 여러 연구를 통해 건강 효과를 보였다 하더라도 안에 든 염분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적정량의 균형 있는 김치 섭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운 음식
매운 음식에 다량 함유된 캡사이신은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어 일부 경우 혈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매운 음식이 고혈압 약 복용자에게는 복합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FDA에 따르면 칼슘 채널 차단제, ACE 억제제 등 일부 고혈압 약은 위 점막을 자극해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위장 장애를 유발하는 고추와 같은 매운 음식을 이러한 고혈압 약 복용 중 섭취하면 약물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위염, 소화불량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달걀노른자
달걀노른자에는 콜레스테롤이 다량 포함돼 있다. 고혈압 약 중 티아지드와 같은 이뇨제 계열 약은 체내 지질 수치를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와 함께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식품을 과다 섭취할 경우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함께 진행되며 심혈관계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달걀 한 개의 노른자에는 약 200mg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의 하루 권장량은 보통 300mg 정도인데, 달걀노른자 두 개를 먹으면 그 기준을 훌쩍 넘게 돼 과도한 섭취는 주의를 요해야 한다. 태국 프린스 송클라대 연구팀은 2021년 연구에서 달걀흰자는 혈장 콜레스테롤과 체지방 축적을 감소시켜 심혈관계에 유익하지만, 노른자만 섭취하면 간과 신장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고혈압 약과 달걀노른자가 간 내 약물 대사 효소를 공유하는 경우, 지방 흡수 속도와 약물 대사에 변화를 줄 수 있어 약효의 예측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녹즙
녹즙은 다양한 환자들이 건강 개선을 위해 찾아 마시는 대표적인 식음료다. 하지만, 녹즙을 고혈압 약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녹즙은 칼륨이 풍부한 채소를 주재료로 하므로 종종 혈중 칼륨 함량을 과도하게 높인다. 로사르탄과 같은 ARB 계열의 고혈압 약과 함께 복용하면 고칼륨혈증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2016년 발간한 ‘약과 음식 상호작용을 피하는 복약 안내서’에서는 ARB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칼륨이 다량 함유된 식품의 과도한 섭취를 피하도록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