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이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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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각해 보면 ​저는 ​삶의 많은 부분을 스트레스와 염려에 사로잡혀 살아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마음 챙김을 경험하고 뇌과학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며 이전보다 근심과 걱정, 잡념들이 줄어들긴 하였지만, 여전히 생각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제 삶의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줄어들게 한, 저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요령을 전달 드리고 싶습니다.

저게는 마음의 특성을 알게 해준 명료한 경험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의학과 2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 시기에는 보통 임상의학을 배우는데 학습해야 할 내용이 많다 보니, 거의 1~2주에 한 번씩은 토요일 오전에 시험을 봤습니다. 당시의 반복적이고 주기적인 시험은 저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시험을 보기 전 세상과 시험을 마치고 나온 후 세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보러 가는 날 아침의 세상은 어둡고 불안했으나, 시험을 보고 나온 이후의 세상은 아름답고 평온했습니다. 이 극적이고 상반된 경험은 저의 생각과 감정이 세상을 다른 곳으로 경험하게 하며, 세상은 나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막연히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2021년에 마음 챙김 중재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중 경험한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요가 명상을 하던 중입니다. 양팔을 위로 올리고 있어야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죠.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을 있으니 양어깨가 아프고, 팔도 살짝 떨리고 괴로웠습니다. ‘언제까지 이 자세를 취하여야 하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죠. 세상은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도 선생님이 팔을 내리라고 하여 내리는 순간 괴로운 생각들과 통증이 없었던 일처럼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괴로움과 통증은 단지 팔을 위로 올리고 있느라 근육들이 보낸 일종의 신호들이었고 그 자극을 뇌가 통증과 괴로움으로 해석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신호가 뇌로 전달될 때 세상은 괴로운 것이었고, 그 신호가 없어지니 거짓말처럼 저의 세상은 평안해졌습니다. 괴로움은 단지 우리 뇌가 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을 겪는 동안 사실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아무런 괴로움도 고통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괴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죠. 사람은 누구나 뜻밖의 일이나 상실과 같은 강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면 순간적으로 깊은 불행감, 우울, 분노 등을 겪습니다. 마치 그러한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그 정도가 격해질 경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먼저, 내가 살면서 극도로 괴로운 감정을 느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그때 그 격심한 감정의 지속시간이 얼마나 되던가요? 임상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극심하고 원초적인 공포 반응 중 하나인 공황발작도 30분을 넘기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격정적 감정은 그 정도가 무척 고통스러울 지라도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뇌신경계라는 자연물의 물리적 특성입니다.

다음으로, 나에게 강한 스트레스를 준 그 일은 얼마나 지속된 일이었나요? 비록 괴롭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계속 고통스러운 자극이 발생하는 일은 없습니다. 어떤 사건이 멈춤 없이 일어날 수는 없죠. 대부분의 일은 짦은 시간에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집니다. 그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지라도 그 사건은 그 순간에만 존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한다면 괴로운 감정은 지속되며, 고통스러운 사건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내 머릿속에서요.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과거에 일어난 일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떠올리며, 괴로운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숨 쉬고 있는 이 순간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사실 우리 삶에서 우리를 직접적으로 괴롭게 하는 일들은 삶의 짧은 순간에 일어납니다. 마음속의 그 괴로운 일들은 과거의 순간에 존재하고 사라졌거나 아직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생생한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혀 그것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먼저 자신이 어떠한 감정과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먼저 인지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주의를 지금, 여기 이 순간의 평온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마음 챙김입니다. 마음 챙김은 ‘현재 순간의 경험을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의식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여 현재의 이 순간의 평온함을 경험하는 것이지요. 마음 챙김 상태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호흡, 촉각, 후각, 청각과 같은 감각에 집중하여야 합니다. 감각은 생각이나 감정과 달리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특성상 동시에 여러 사고를 할 수 없으므로 감각에 주의를 돌리면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중 특히 천천히 호흡하며 호흡 감각을 느끼는 것은 이완을 시키는 효과도 있으므로, 마음 챙김의 상태에 들어가기 위해 흔히 사용합니다. 이를 호흡 명상이라고 부르죠. 감각 느끼기를 통해 생각에서 벗어나 안정이 되면 나를 괴롭히던 생각이나 감정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이때엔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생각과 감정을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요. 이때, 그것이 이미 지나간 것이고,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려놓는 것은 체념이나 포기와는 다른 것입니다. 내려놓음은 그것을 떠올리고, 사로잡히는 것이 무의미하고 무익한 일임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거기에 두는 것입니다.

힘든 일은 삶에서 계속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마음 챙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마음의 속성에 대한 통찰이 생기고,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마음 챙김 상태로 들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조금 덜 괴로워지지요. 저는 마음 챙김이 생물이면 다 갖추고 있는 기본 의식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은 우리보다 이 의식 상태로 쉽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들은 참 평온해 보이지 않습니까. 마음 챙김은 책이나 유튜브,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경험해 보시면 바람 잘 날 없는 삶을 견디는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