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과학회, ‘2025 눈의 날 팩트시트’ 공개
40년간 소아∙청소년 근시 비율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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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아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한국의 소아∙청소년의 근시율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근시는 방치하면 성인기 녹내장, 망막박리, 황반변성 등 치명적인 안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입니다.”

대한안과학회 김찬윤 이사장은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안과학회는 이날 ‘근시, 관리하면 오래 봅니다’를 주제로 한 ‘2025 눈의 날 팩트시트’를 발표하며, 근시 조기 진단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근시 증가세 심각… 청소년 57% 시력 이상
근시는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만 먼 곳은 흐릿하게 보이는 굴절 이상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겪는 대표적인 시력 질환이다. 보통 초등학교 2~3학년 무렵부터 시작되며, 안구 성장이 끝나는 18~20세까지는 지속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대만,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은 근시 유병률이 80~90%에 달한다. 학회는 2050년경 전 세계 인구의 절반(약 50억 명)이 근시를 앓게 되고, 이 중 10억 명은 고도근시 환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24년 학교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시력 이상(나안시력이 한쪽이라도 0.7 이하 또는 교정시력이 필요한 경우) 판정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초등학교 1학년이 30.8%, 4학년 52.6%, 중학교 1학년 64.8%, 고등학교 1학년 74.8%로 학년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청소년 시력 이상 비율은 40년 전 9%에서 올해 57%로 6배 이상 늘었다.

성인 근시 유병률도 꾸준히 상승세다. 2008~2012년, 2017~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만 40세 이상 성인 근시 유병률은 2008년 34.9%에서 2012년 41.7%, 2017년 49.4%, 2020년 53%로 꾸준히 증가했다.2008년 34.9%에서 2020년 53%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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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대한안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찬윤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신소영 기자
◇근시 방치하면 망막질환∙녹내장∙백내장 위험
근시는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 정도로 여겨선 안 된다. 대한안과학회 유정권 기획이사는 “근시는 망막질환, 녹내장, 백내장 같은 주요 안과 질환의 위험인자이며, 잠재적으로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는 안과 질환이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근시 환자는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8배 높고 ▲고도근시(-6.0디옵터 이상)는 녹내장 위험이 4.6배 ▲초고도근시(-8.0디옵터 이상)는 백내장 발병률이 최대 5.5배 높다. 근시가 심할수록 시야 결손과 황반변성 진행도 빨라진다.

무엇보다 5~18세때는 치명적인 안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고도근시' 유병률이 높게 집계되고 있다. 7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7) 결과, 5세~18세 중 -0.50디옵터 이상의 근시는 65.4%, 고도근시는 6.9%였다. 특히 7세부터 가파르게 늘어 13세에는 76%에 달했다.

◇하루 2시간 야외활동, 청소년 근시 진행 늦춰
근시는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유정권 이사는 “근시를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특히 어린 시기에 근시가 생기면 고도근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태블릿 등 근거리 작업의 증가와 야외활동 부족은 근시 악화의 주요 요인이다. 이에 학회는 ‘하루 2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권장한다. 실외활동은 망막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안구 성장을 억제하는 보호 효과가 있다. 실제로 호주와 싱가포르 연구에서는 하루 2시간 이상 야외활동한 아이들이 근시 발생 위험이 낮았다. 다만 성인은 자외선 노출로 인한 백내장·황반변성 위험이 있으므로 모자와 자외선 차단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법은 정기검진이다. 학회는 6세 이후의 소아∙청소년은 매년 안과 검진을, 40세 이상의 성인은 1년에 한 번 이상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안저검사는 눈 속의 망막·혈관·시신경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시력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근시 환자에게 비문증(날파리증)이나 광시증(빛 번쩍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망막박리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즉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근시 치료는 안과 전문의의 진단 하에 안경, 콘택트렌즈, 굴절수술 등을 포함한다.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광학적 치료나 약물 요법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최근 SNS를 중심으로 눈 건강 관련 정보가 넘쳐나는 가운데,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내용도 많다. 김찬윤 이사장은 “대한안과학회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검증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눈 건강 관련 제도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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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대한안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신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