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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가 “두 시간 안에 소주 네 잔 이상은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사진=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캡처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가 “두 시간 안에 소주 네 잔 이상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성호 교수는 지난 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해 알코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술은 뇌에 가장 직접적인 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뇌는 35세 이후 매년 0.2~0.5%씩 자연적으로 줄어드는데, 잦은 음주는 이 속도를 훨씬 빠르게 만든다”며 “술을 많이 마시면 실제로 뇌가 위축되고, 그 빈 공간을 물이 채우게 된다”고 했다. 이어 “머리가 텅 비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유 교수는 “뇌가 줄어들면 충격에 약해져 경막하출혈 같은 뇌 손상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유성호 교수는 적정 음주량과 관련해 “가장 좋은 방법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국립 알코올연구소의 기준을 인용하며 “두 시간 안에 혈중알코올농도가 0.08%를 넘으면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본다”며 “이는 소주 약 3분의 2병, 즉 4~5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 송년회가 시작되는 시기인데, ‘먹고 죽자’는 식으로 마시다간 정말 큰일 난다”며 “천천히, 즐겁게 소주 3~4잔 나누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알코올, 전신에 악영향… 소화기·간·심혈관 질환 위험
유성호 교수의 말처럼 알코올은 우리 몸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과도한 음주는 각종 소화기 질환을 일으키고 간 기능을 손상시킨다. 술은 보통 기름지고 자극적인 안주와 함께 마시기 때문에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반면 알코올은 식도 조임근을 이완시켜, 역류성 식도염이 악화될 수 있다. 또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이 장 내벽을 손상시켜 위·십이지장·췌장 등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음주는 간 질환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로, 이를 방치하면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기면 오른쪽 상복부 불편감·피로감·식욕부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간염으로 발전하면 황달·무력감·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알코올성 치매·심혈관 질환도 주의해야
과도한 음주는 뇌세포를 손상시켜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알코올은 기억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장기간 반복될 경우 신경세포 사멸과 뇌 위축을 초래한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즉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알코올성 치매의 전조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손 떨림, 보행 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심혈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하고 심박수를 높여 혈압을 상승시키고, 만성 음주는 알코올성 심근병증이나 부정맥 등 심장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기존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심장 부담이 커져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회생활 등으로 부득이하게 술을 마셔야 한다면, 최대한 음주량을 조절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건강한 음주 습관을 위해 1회 음주량을 하루 네 잔 이내, 주 2회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구체적으로 65세 이하 남성은 소주 반병, 여성과 65세 이상 남성은 소주 두 잔 이하가 적정량이다. 또한 물을 자주 마셔 수분을 보충하고, 알코올 흡수를 늦추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기 전에는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해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