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남성형 탈모 치료제 피나스테라이드가 우울증, 불안, 그리고 자살 충동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성형 탈모 치료제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가 우울증, 불안 그리고 자살 충동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피나스테라이드는 양성 전립선 비대증과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이다.

최근 이스라엘 하다사-헤브라이 대학 연구진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8개의 주요 연구를 분석한 결과, 피나스테라이드 복용자는 비복용자보다 우울감, 불안, 자살 충동을 겪을 확률이 통계적으로 높았다.

피나스테라이드는 남성형 탈모(AGA)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신경 스테로이드 알로프레그날론(allopregnalone)의 생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신경 스테로이드의 교란이 뇌의 염증을 유발하거나, 감정 및 기억을 담당하는 뇌 회로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부작용은 약물 복용을 중단한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복용을 중단한 뒤 일부 환자에게서 부작용 증상이 지속되는 피나스테라이드 후 증후군(post-finasteride syndrome)이 보고된 사례도 있다.

피나스테라이드의 위험 가능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2년부터 피나스테라이드와 정신과적 부작용 간의 연관성을 인지했지만, 공식적으로 제품 라벨에 ‘우울증’을 부작용으로 추가한 건 2011년, ‘자살 위험’ 경고 라벨을 추가한 건 2022년이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지연에 대해 “단순히 부작용 보고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제약사와 규제 당국의 안전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조적 실패”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탈모 치료를 위해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 중이거나 복용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경고를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남성층이 온라인으로 손쉽게 약물을 구매하는 현실을 강조하며 “철저한 장기 안전성 검증과 정신과적 부작용에 대한 의사와 환자의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임상 정신의학 저널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