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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루미언트/사진=한국릴리 제공
원형탈모 치료제 '올루미언트'가 청소년 대상으로도 적응증을 획득할 전망이다. 최근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서다. 승인될 경우, 이미 청소년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화이자의 '리트풀로'와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임상 3상 시험 성공… 적응증 확대 신청 예정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12세 이상 청소년 원형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올루미언트의 효능·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BRAVE-AA-PEDS'의 주요 결과를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올루미언트는 먹는 JAK(야누스 키나제) 억제제 계열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최초 허가됐고, 아토피피부염 등 적응증을 서서히 넓힌 후 2023년 3월 같은 계열의 약제 중 최초로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 승인됐다. 다만, 허가받을 당시에는 12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약물의 사용 가능 연령대를 넓히고자 회사가 진행한 연구가 ‘BRAVE-AA-PEDS’다.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 중증 원형탈모 또는 반점성 탈모 환자 257명을 대상으로 36주 동안 올루미언트 4mg·2mg과 위약의 효능·안전성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올루미언트 4mg 투여군의 54.1%가 두피의 80%가 모발로 덮인 반면, 위약군의 해당 비율은 31%였다. 특히 올루미언트 4mg 투여군 중 41.2%는 두피의 90% 이상에서 머리카락이 다시 자랐다. 올루미언트 2mg 투여군에서도 유의미한 모발 재성장 효과가 관찰됐고, 약물의 안전성은 기존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와 일치했다. 가장 흔한 약물 이상 반응은 여드름, 상기도 감염, 독감이었다.

일라이 릴리는 올루미언트의 적응증 확대를 위해 이번 연구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한 전 세계 규제 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용 가능 연령을 더 넓히기 위해 다음 임상시험에서는 6세 이상 12세 미만 어린이 환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일라이 릴리 면역질환 사업부 아나벨라 카르도소 수석 부사장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이 연구 데이터를 전 세계 규제 기관에 제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승인될 경우, 올루미언트는 중증 원형탈모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 청소년들의 치료 기대치를 높이는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리트풀로와 경쟁 주목… 비급여가 걸림돌
올루미언트가 국내에서도 승인될 경우, 일라이 릴리는 더 넓은 환자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청소년 원형탈모 환자는 성인 대비 수가 많지 않지만, 중증으로의 진행 사례가 많고 스테로이드·면역억제제 등 기존 약제로 치료를 받더라도 추후 재발할 우려가 있어 효과가 더 높은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큰 집단이다. 실제 원형탈모 환자의 약 40%는 20세 이전 청소년기에 처음 증상을 겪으며, 20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 해당 시장이 비급여라는 점이 시장 확장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추후 청소년 환자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화이자 '리트풀로'와의 경쟁 구도에도 주목할 만하다. 리트풀로는 올루미언트와 달리 처음부터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 개발됐으며, 작년 9월 국내에서 승인될 때부터 12세 이상 청소년에서도 허가를 획득했다. 의료계에서는 성인의 경우 빠른 효과를 원한다면 올루미언트를, 장기 복용 안전성을 우선시한다면 리트풀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청소년 환자의 경우 허가 후 실제 사용례가 더 쌓여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한 상황이다.

애브비의 JAK 억제제 '린버크'도 잠재적인 경쟁 대상이다. 린버크는 아직 규제기관의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지난 8월 12세 이상 청소년을 포함해 진행한 임상 3상 시험 'UP-AA'에서 높은 모발 재생 효과를 입증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에서 린버크는 가장 낮은 용량인 15mg 투여군의 44.6%가 치료 24주차에 두피의 80% 이상이 모발로 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