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재택의료학회 추계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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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료 현장.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연합뉴스 제공
재택의료는 외래와 입원에 이은 ‘제3의 의료 행태’로 불린다. 내년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을 계기로 체계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수가·연계 체계 등 국내 인프라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법 시행 전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대한재택의료학회 추계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재택의료가 자리 잡으려면 특히 현장 중심의 실행 모델과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사회 중심의 재택의료센터, 거점 모델 필요”
재택의료는 의료 인력이 직접 방문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관리하는 것이다. 거동이 어렵거나 주변에 의료기관이 없는 환자들에게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이 팀을 이뤄 주기적으로 방문하면 질환이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재택의료가 활성화되면 환자들의 건강 수명이 늘어나 간병비 부담이 줄고 응급실 이송이 줄면서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을 시행한다. 노인, 장애인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등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처음으로 법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가 설계나 보건소와의 연계, 방문진료 인력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미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첫 발제를 맡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고상백 교수는 “재택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1000곳이 넘지만, 실제로 진료비를 청구한 곳은 300여 곳에 불과하다”며 “의료기관이 참여 의지를 갖고 있어도 거버넌스가 부재해 실제 진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가 환자를 방문하면 외래 진료가 중단되고, 행정 절차가 복잡하며, 환자·보호자·지자체 간 조율도 쉽지 않다”며 “현장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참여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별 의료기관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건소, 지역 의사회,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거점형 재택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전주시 의사회, 서울 은평구 살림의료 방문의료지원센터·진천군 돌봄스테이션 등의 사례처럼 거점형 재택의료센터가 환자 연계, 정보 공유, 행정 지원을 통합 관리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그 안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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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이충형 서울봄연합의원 원장./사진=오상훈 기자
◇“일반 개원의 참여 위한 문턱 낮춰야”
현장에서 재택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재택의료 미충족 수요를 채우려면 일반 개원의들이 재택의료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봄연합의원 이충형 원장은 “국내 거동 불편 등으로 방문진료가 필요하지만 실제 진료를 받지 못한 성인이 약 28만 명, 즉 전체 인구의 0.5%에 이른다”며 “강북구만 해도 요양원 등 시설에 입소한 사람을 제외하고 방문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1400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우리 의원이 400명을 담당한다고 했을 때 나머지 1000명의 수요는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의원이 주 1~2회라도 방문진료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재택의료가 입원과 시설 입소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내려면 사실상 팀 단위 접근이 필수”라며 “그런데 현재 수가 체계에선 간호조무사에게 주는 추가 근무 수당을 제외하면 10만 원이 남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택의료센터 500개를 목표로 한다면 적어도 방문진료하는 의원은 5000개는 돼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선 수가 개선과 행정 절차 간소화는 필수”라고 말했다.


세 번째 발표자인 집으로의원 김주형 원장은 환자의 중증도와 진료의 복잡성에 따라 수가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단순 방문진료와 중증 환자 관리가 동일한 기준으로 보상돼 의료기관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단순 약 처방이나 활력징후 확인에 그치는 기본 방문과, 인공호흡기 관리·욕창 처치·응급 대응 등을 포함한 고난도 재택진료는 난이도와 투입 인력이 전혀 다르다”며 “일본처럼 환자 상태, 방문 빈도, 진료 난이도에 따라 단계별로 보상하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차등 보상이 있어야 의료의 질을 높이면서도 참여 의료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패널토의자로 참석한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내년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은 의료·복지 연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택의료센터뿐 아니라 지역의사회와 일반 개원의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수가와 인력, 행정 지원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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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사진=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