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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전국 약국에서 사후피임약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이 전국 약국에서 사후피임약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9일(현지 시각)부터 모든 주요 약국에서 ‘모닝 애프터 필(morning-after pill)’로 불리는 사후피임약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후피임약은 배란을 지연시키거나 수정란의 자궁 착상을 방해해 임신을 막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응급피임약에는 황체호르몬 성분(레보노르게스트렐 또는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이 들어 있으며, 이 호르몬이 배란을 늦추거나 난자의 이동을 억제해 수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이미 수정이 완료된 경우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성관계 후 가능한 한 빨리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임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며, 24시간 이내에 복용했을 때 가장 효과가 크다.

NHS는 이번 조치가 “1960년대 이후 성 건강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전역 약 1만 곳의 약국에서 여성들은 의사 처방이나 성 건강 클리닉 방문 없이도 바로 사후피임약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정책 시행 전까지 영국에서 사후피임약은 약국에서 최대 30파운드(약 5만7000원)에 판매됐다. NHS는 “이번 조치는 여성들이 더 쉽게 생식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영국 국민의 약 80%가 도보 20분 거리 내에 약국이 있는 만큼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NHS 여성건강 국가임상책임자인 수 맨 박사는 “여성이 생식 건강을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획기적인 변화”라며 “이번 조치는 NHS가 지역 중심 의료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약국협회 헨리 그레그 회장은 “우리는 오랫동안 응급 사후피임약에 대한 국가적 위탁을 요구해 왔다”며 “오늘 이 제도가 시행된 것은 환자와 약국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사후피임약을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없다.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일반 피임약(배란억제제)과 달리, 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반드시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 후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