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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산소 공급이 감소해, 낮 동안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커플의 일상을 다룬 SNS 영상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머리만 대면 자는 남편’, ‘주말 내내 자는 남자친구’ 같은 소재를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여성은 비슷한 상황에서도 잠을 잘 못 이루거나, 밤새 뒤척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런 현상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녀 간 수면 차이, 과학적으로 이유가 있을까?

우선 평균 수면 시간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수면연구학회가 2022년 진행한 ‘대국민 수면건강조사’에 따르면,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남성이 6시간 34분, 여성이 6시간 41분이었다. 주말에는 남성이 7시간 30분, 여성이 7시간 44분으로, 여성이 다소 길었지만 통계적으로 큰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면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의 양상은 남녀가 확연히 달랐다. 같은 조사에서 수면무호흡증 유병률은 남성 35.3%, 여성 16.6%로 남성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면 불면증은 남성 28.6%, 여성 37.3%로 여성이 더 많았다. 수면무호흡증은 코를 심하게 골면서 이따금 호흡이 끊기는 수면 장애의 일종이다. 잠이 깊어지면 목구멍의 근육들이 이완되면서 상기도가 좁아지는데, 좁은 기도에 공기가 통과하면서 코골이가 생기고, 나아가 기도가 아예 막히는 경우 숨이 멈춘다.

명지병원 이서영 수면센터장(신경과 교수)은 “남성이 여성보다 수면무호흡증이 흔한 것이 자주 피곤해하는 주요 원인일 수 있다”며 “남성은 목이 두껍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비만이 생기면 목 주변에 지방이 많이 쌓이는데, 이 부위 비만이 수면 중 기도 협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산소 공급이 감소해, 낮 동안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

반면 여성은 호흡기관 주변에 지방이 적게 쌓여 수면무호흡이 덜하며, 있더라도 남성과 현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서영 수면센터장은 “여성은 무호흡보다는 저호흡 형태로 나타나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면 바로 깨어난다”며 “남성은 이런 상황에서도 깊이 잠드는 경향이 있어, 호흡이 막히는 심한 단계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녀 모두에게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수면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수면무호흡이 반복되면 숙면을 방해해 만성피로를 부를 뿐 아니라, 고혈압·뇌졸중·당뇨병 등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도 커질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이서영 수면센터장은 “특히 음주 후 수면무호흡이 심해지므로 술을 피하고, 가능하면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체중을 줄이고 금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하고, 양압기 치료나 구강 내 장치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불면증이 있다면 오히려 수면 집착 해소가 핵심이다. 이서영 수면센터장은 “잠을 자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잠자리에 들어 20분 이내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나와 긴장을 풀고,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누워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 누워 있는 것은 오히려 긴장을 유발해 불면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어 “수면을 유도하는 콘텐츠를 활용한다면, 시각 자극보다는 잔잔한 음악이나 오디오 등 청각 중심의 콘텐츠가 도움이 된다”며 “낮에는 햇볕을 쬐며 충분히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밤의 자연스러운 수면 유도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