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어깨와 등을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동작이 혈압을 낮추고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깨와 등을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동작이 혈압을 낮추고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심혈관내과 데이비드 벤딧 교수 연구팀은 어깨와 등 스트레칭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에는 평균 나이 33세의 성인 24명이 참여했으며, 대부분 여성이었다. 참가자들은 어깨를 들어올리고 회전시키는 동작과 함께 목을 뒤로 젖히는 자세를 약 15초간 유지했다. 연구팀은 근육 센서를 부착해 스트레칭 강도와 근육 움직임을 측정하고, 동시에 혈압과 심박수를 관찰했다.


그 결과,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혈압은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심박수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면 심장이 빠르게 뛰어 혈류를 보상하지만, 스트레칭 시에는 이런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 저자인 벤딧 교수는 “이는 신체가 충분히 이완됐다고 인식해 심장이 추가로 반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칭이 척수를 통해 뇌로 전달되는 신경 신호에 영향을 미쳐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워싱턴DC 메드스타 헬스의 스포츠심장학 전문의 오브리 그랜트 박사는 “스트레칭은 긴장·투쟁 반응을 일으키는 교감신경 대신, 이완과 회복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며 “이는 고혈압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교감신경 항진 상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트레칭은 혈관의 유연성과 혈액 순환을 개선해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쉬운 생활습관 요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혈압 강하 효과는 일시적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스트레칭이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맨해튼 심장클리닉의 요세프 아미리안 박사는 “요가 등 다양한 스트레칭이 포함된 운동이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미 있다”며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8주간의 스트레칭 프로그램이 빠른 걷기보다 혈압을 더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랜트 박사 역시 “스트레칭만으로 고혈압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약물·운동·식이요법과 함께하면 효과적”이라며 “특히 활동량이 적거나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 완화와 순환 개선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칭을 할 때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에 깊은 복식호흡을 더할 것을 권장한다. 호흡은 코로 4초간 들이마시고, 잠시 멈춘 뒤 입으로 6초간 천천히 내쉬는 방식이 좋다. 이런 복식호흡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낮추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 완화에 도움을 준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무리한 동작을 피하고 자세를 바르게 유지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근육 손상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균형 장애가 심하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 척추 부상이 있는 경우에는 스트레칭을 하기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그랜트 박사는 “스트레칭 중 어지럼증이나 불쾌감이 생기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일부 사람에게는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실신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