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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쩍 기온이 떨어진 지금 감기를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이 체온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점차 건조해지는 공기로 코와 기관지가 마르면서 바이러스 침입이 쉬워진다. 이때 많은 사람이 '비타민 C' 보조제를 찾는다. 과거 한 소셜커머스에서는 기온이 떨어지자 비타민 C 보조 식품 판매량이 150% 이상 상승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감기를 예방한다고 잘 알려진 대표적인 영양소인 '비타민 C', 정말 도움이 될까?

사람에 따라 다르다. 평소 과채를 잘 먹지 않아 체내 비타민 C 수치가 낮은 사람과 격렬한 육체 활동을 하는 사람은 비타민 C를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 비타민 C는 체내에서 조효소로 작용해 대사를 촉진한다. 또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고, 세포가 외부 공격에도 본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효과를 내는데 많은 비타민 C가 필요하지는 않다. 성인 남성은 하루 90mg, 여성은 75mg을 먹으면 된다. 이는 일상적으로 먹는 과채만으로도 충족되는 정도다. 흡연자, 임신부, 수유부는 약 35mg을 더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C가 충분한 사람은 대규모 연구 결과, 감기 예방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는 과거 본지와의 취재에서 "지난 2004년까지 비타민C의 감기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수십 개의 임상시험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뤄졌다"며 "결론은 비타민 C 결핍이 없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총 1만 1077명의 데이터가 포함된 29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논문에서도, 30개 임상시험을 분석한 논문에서도 일상에서 과채를 충분히 먹는 일반인은 비타민 C로 감기 예방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다만 비타민 C 섭취가 부족하거나, 과도한 육체 활동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고강도 활동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 수치를 높이는데, 비타민 C가 이를 낮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앞서 설명한 메타 분석 연구에서 마라토너, 스키 선수, 군인 등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는 사람은 비타민 C를 먹었을 때 감기를 약 50%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헬싱키대에서 1만 130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고강도 운동을 하는 사람은 비타민 C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었다.

비타민 C가 충분한 대다수 사람은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 C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보다,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감기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침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타민 C가 예방은 못하더라도 감기에 걸린 기간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다만,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성인의 경우 12일 아플 것을 11일로 줄이는 정도다. 이마저도 감기 걸린 후에 먹는 것은 도움이 안 됐고, 평소 비타민 C를 꾸준히 먹을 때만 해당 효과가 나타났다.

한편, 가을에는 감기와 혼동될 수 있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도 증가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돼지풀·쑥·환삼덩굴 등 잡초류 꽃가루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끈적하고 누런 콧물이 나올 때는 감기를, 맑은 콧물이 계속 흐르고 눈과 코가 가려우면서 재채기 발작이 일어난다면 알레르기를 의심해야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서민영 교수는 “가을은 큰 일교차와 건조한 바람, 잡초류 꽃가루가 겹치는 삼중 자극의 계절”이라며 “비염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환자는 증상이 발생하기 전 미리 병원에 방문해 비염 조절을 위한 약물을 처방받아 필요시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