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약]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 ‘엡클루사’· ‘마비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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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클루사, 마비렛/사진=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한국애브비 제공
올해부터 ‘C형간염’ 검사가 56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됐다. C형간염이 국가 건강검진 항목으로 도입된 것은 치료제의 효과가 완치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발전한 것과 관련 있다. 검사를 통해 진단만 하면 완치가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는 범유전자형 치료제인 '엡클루사'와 '마비렛'이 있다.

◇"범유전자형 치료제 높은 효과, 국가 건강검진 도입에 기여"
C형간염 검사가 필수 항목으로 포함된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높은 치료 성과다. 치료제의 효과가 99%까지 증가하면서, 검사를 통해 진단만 받으면 완치도 가능하다는 점이 인정됐다. 의료계에서는 국민들이 건강검진을 연말까지 미루는 경향이 있어, 정확한 진단 성과의 변화는 12월에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표준 C형간염 치료제는 ‘범유전자형’이다. 범유전자형 치료제는 1형부터 6형까지 크게 6가지의 유전자형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C형간염 약제를 말한다. 범유전자형 치료제가 치료 표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치료 성공률의 증가다. 기존 치료제의 치료 성공률도 90~95%로 높은 편이었으나, 범유전자형 치료제의 경우 99%의 치료 성공률을 내기 때문에 '약만 잘 먹으면 완치될 수 있다'는 개념이 성립하고 있다.

편의성도 높아졌다. 과거 C형간염은 각각 유전자형에 따라 다른 약제가 사용됐으나, 범유전자형 치료제는 하나의 약제로 1~6형을 모두 치료할 수 있다. 가령 '하보니'처럼 범유전자형 치료제가 등장하기 직전까지 표준 치료였던 약제는 주로 1·4형에만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국내에서 기존 치료제들이 사라진 것은 현재 범유전자형 치료제가 모든 유전자형에 쓸 수 있고 효과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고 말했다.

최근에는 진단 권고안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범유전자형 치료제의 치료 성공률이 99~100%다 보니, 대부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미 범유전자형 치료제를 표준으로 권고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진단 시 RNA 검사까지만 하고 유전자형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재발했을 때 유전자형이 다르면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기 때문에 당분간 유전자형 검사가 그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일제로 쓰면 효과 60~70%… 복합제로 개발 시 ‘99%’
현재 C형간염 치료에 쓰이는 약제는 길리어드의 '엡클루사'와 애브비의 '마비렛' 등 두 가지다. 두 약 모두 두 개의 성분을 결합한 복합제로, 치료 효과가 높거나 모든 유전자에 적용 가능하고 내성 위험이 적은 각각 성분의 장점을 결합했다. 각 약제를 단일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치료 효과는 60~70%에 불과하지만, 이를 복합제로 결합할 경우 효능이 99%까지 높아진다.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은 2차 선택지로 '보세비'를 급여로 복용할 수 있다.


엡클루사는 '소포스부비르'에 '벨파타스비르'를 결합한 약이다. 소포스부비르는 다양한 유전자형에 적용할 수 있으며 높은 치료 효능을 보이고, 벨파타스비르는 모든 유전자형에 쓸 수 있으며 내성 장벽이 높다. 비대상성 간경변이 있는 환자는 '리바비린'이라는 약제를 병용해 사용할 수 있다.

마비렛은 글레카프레비르와 피브렌타스비르를 결합했다. 글레카프레비르는 광범위한 유전자형 억제 효과를 내고 내성 변이에 강하며, 피브렌타스비르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크고 내성 장벽이 높다. 치료 기간이 8주로 엡클루사보다 짧은 점도 주요 특징이다.

◇"환자 상 고려… 약가 영향 크지 않아"
엡클루사와 마비렛 중 약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기준은 환자의 몸상태다. 특히 비대상성 간경변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마비렛을 투여하지 않는다. 마비렛의 성분 중 하나인 '글레카프레비르'가 간 독성이 높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고령 환자가 많은 만큼, 다른 만성질환으로 인해 기존에 복용하고 있는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고려 대상이다. '아미오다론'이라는 부정맥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을 경우 엡클루사를 사용할 수 없으며, 2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PPI(프로톤 펌프 저해제)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엡클루사를 복용할 경우 약물의 흡수 저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은 마비렛과 함께 복용할 경우 근육병증의 위험이 올라간다.

성필수 교수는 "아미오다론은 소포스부비르와 상호작용이 강해 사용하기 어렵고,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마비렛을 복용하기 어렵다"며 "치료 시작 전 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는 약을 확인한 후, 중단이 필요한 약물이 있으면 중단 후 치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가격 차이는 실제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엡클루사는 1일 1회 복용인 반면 마비렛은 1일 3회 복용 약제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마비렛의 치료 기간이 짧더라도 약가가 110만원가량 더 비싸다. 그럼에도 본인부담상한제를 활용하면 실제 본인부담금이 크게 줄고,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 아니다 보니 환자들이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아 치료 기간이 더 짧은 마비렛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연간 약제 본인부담금 총액이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해 국민에 돌려주는 제도다.

장재영 교수는 "간 기능이 좋은 환자들은 치료 기간이 더 짧은 8주짜리 약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실제로는 환자마다 간 기능과 약물 상호작용 문제가 달라 몸 상태와 복용 중인 약물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