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부모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두고, 또 누군가는 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간병비 앞에서 치료를 포기한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간병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다. 헬스조선은 ‘간병’ 기획 시리즈를 통해 독자와 함께 이 문제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환자만큼이나 고통 속에 놓인다. 경기도 안성에 사는 A씨(72)는 아들과 함께 뇌경색과 치매를 앓는 남편 B씨(75)를 간병해왔다. 그러나 아들마저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입원하면서 결국 홀로 간병 부담을 떠안게 됐다. 숨 쉴 틈 없는 일상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고 흘러가는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남편 밥을 차린다. 밥을 먹이고 나면 곧바로 청소와 환기를 한다. 냄새가 나지 않도록 이불을 걷고 방 안을 정리한다. 남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려, 내 옷까지 젖어 다시 씻어야 한다. 점심과 저녁 준비, 빨래, 집안일로 오전이 훌쩍 지나가고, 틈틈이 밭에 나가 풀을 뽑다가도 금세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루 종일 남편을 중심으로 시간이 돌아가다 보니 내 생활은 뒷전이 된다. 남편과 같이 밥을 먹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는 잘 못하고, 수면은 더 힘들다. 새벽에도 남편이 방을 오가며 텔레비전을 켜거나 화장실을 다니니 한두 시간 자다가 깨기를 반복한다. 휴식이라고 해봐야 낮에 소파에 앉아 잠깐 눈을 붙이는 정도다. 나도 당뇨병과 심장 시술을 받은 환자인데, 내 건강을 돌볼 틈이 거의 없다.”
-간병하면서 특히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남편이 치매 증세가 있어 혼자 두기가 무섭다. 잠시 외출하려 해도 여러 번 당부하고 금방 돌아와야 한다. 무엇보다 침을 삼키지 못해 계속 흘리니 하루에도 옷과 이불을 여러 번 갈아입히고 씻겨야 한다. 여름에는 침과 땀 냄새로 집안 공기가 탁해지고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겨울에는 젖은 옷을 갈아입히며 찬물에 손발이 닿아 피부가 갈라지기도 한다. 이런 반복되는 돌봄에 몸은 늘 지쳐 있다. 하지만 더 힘든 건 마음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몰라 늘 긴장해야 하고, 대화도 막히니 답답하다. 간병에 매여 있다 보니 나만의 시간이 전혀 없어 우울감이 깊어진다. 따뜻하고 다정했던 남편이 병으로 달라진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상실감이 더해져 마음이 무겁다.”
-간병으로 드는 비용과 생계를 유지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어떤가?
“남편은 국가 유공자라 약값 일부는 지원받는다. 입원하면 여전히 큰돈이 든다. 뇌경색 이후 상태가 나빠져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간병인을 따로 고용해야 하는데, 하루 10만~15만 원꼴이라서 공동간병을 이용해도 한 달에 80만 원 이상이 든다. 병실 관리비는 매달 30만~50만 원가량 별도로 나간다. 집 주변 밭에서 농사를 조금 짓기는 하지만 생활비를 감당할 만큼의 수입은 되지 않는다. 아들은 원래 암 환자라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아버지 간병을 함께 하다가 몸이 더 상해 결국 입원하게 됐다. 지금은 사실상 집안에 들어오는 수입이 전혀 없어 생활은 빠듯하고, 간병과 일을 병행한다는 건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요양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고 흘러가는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남편 밥을 차린다. 밥을 먹이고 나면 곧바로 청소와 환기를 한다. 냄새가 나지 않도록 이불을 걷고 방 안을 정리한다. 남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려, 내 옷까지 젖어 다시 씻어야 한다. 점심과 저녁 준비, 빨래, 집안일로 오전이 훌쩍 지나가고, 틈틈이 밭에 나가 풀을 뽑다가도 금세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루 종일 남편을 중심으로 시간이 돌아가다 보니 내 생활은 뒷전이 된다. 남편과 같이 밥을 먹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는 잘 못하고, 수면은 더 힘들다. 새벽에도 남편이 방을 오가며 텔레비전을 켜거나 화장실을 다니니 한두 시간 자다가 깨기를 반복한다. 휴식이라고 해봐야 낮에 소파에 앉아 잠깐 눈을 붙이는 정도다. 나도 당뇨병과 심장 시술을 받은 환자인데, 내 건강을 돌볼 틈이 거의 없다.”
-간병하면서 특히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남편이 치매 증세가 있어 혼자 두기가 무섭다. 잠시 외출하려 해도 여러 번 당부하고 금방 돌아와야 한다. 무엇보다 침을 삼키지 못해 계속 흘리니 하루에도 옷과 이불을 여러 번 갈아입히고 씻겨야 한다. 여름에는 침과 땀 냄새로 집안 공기가 탁해지고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겨울에는 젖은 옷을 갈아입히며 찬물에 손발이 닿아 피부가 갈라지기도 한다. 이런 반복되는 돌봄에 몸은 늘 지쳐 있다. 하지만 더 힘든 건 마음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몰라 늘 긴장해야 하고, 대화도 막히니 답답하다. 간병에 매여 있다 보니 나만의 시간이 전혀 없어 우울감이 깊어진다. 따뜻하고 다정했던 남편이 병으로 달라진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상실감이 더해져 마음이 무겁다.”
-간병으로 드는 비용과 생계를 유지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어떤가?
“남편은 국가 유공자라 약값 일부는 지원받는다. 입원하면 여전히 큰돈이 든다. 뇌경색 이후 상태가 나빠져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간병인을 따로 고용해야 하는데, 하루 10만~15만 원꼴이라서 공동간병을 이용해도 한 달에 80만 원 이상이 든다. 병실 관리비는 매달 30만~50만 원가량 별도로 나간다. 집 주변 밭에서 농사를 조금 짓기는 하지만 생활비를 감당할 만큼의 수입은 되지 않는다. 아들은 원래 암 환자라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아버지 간병을 함께 하다가 몸이 더 상해 결국 입원하게 됐다. 지금은 사실상 집안에 들어오는 수입이 전혀 없어 생활은 빠듯하고, 간병과 일을 병행한다는 건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요양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주변에서 요양원에 맡긴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걱정이 앞선다. 환자가 대소변을 자주 보면 간병이 번거로우니 일부러 밥을 적게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또 요양보호사가 말을 잘 안 듣는 어르신에게 거칠게 대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 내 손이 힘들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몰라도 지금은 차라리 내가 직접 돌보는 게 낫고, 낯선 곳에 맡기면 오히려 더 불안할 것 같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간병 지원을 받고 있나?
“받는 지원은 하나도 없다. 아직 요양원에 보낼 생각이 없어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방문 요양 같은 제도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을 불러도 제대로 돌봐줄지, 환자 말에 귀 기울일지 확신이 없다. 제도가 있다고 해도 실제로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갑작스럽게 입원한 환자의 가족 중 간병할 사람이 없거나, 간병 부담이 큰 저소득 가구에 연간 최대 120만 원까지 간병비를 지원하는 경기도의 ‘간병 SOS 프로젝트’를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제도가 있어도 홍보가 부족해 시골에서는 알기 어렵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힘든 상황에서도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나 역시 건강이 온전하지 않지만, 가족이라는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같은 처지의 가족 간병인들도 다 비슷할 거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앞으로의 계획은?
“추워지기 전에 방문 목욕 서비스를 알아보려 한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라 화장실이 별채처럼 따로 있어 겨울에는 특히 춥다. 지금은 내가 직접 시키고 있지만, 날씨가 더 추워지면 위험해져 감당하기 어렵다. 집 안에서 안전하게 목욕할 방법을 미리 마련해야 올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현재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간병 지원을 받고 있나?
“받는 지원은 하나도 없다. 아직 요양원에 보낼 생각이 없어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방문 요양 같은 제도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을 불러도 제대로 돌봐줄지, 환자 말에 귀 기울일지 확신이 없다. 제도가 있다고 해도 실제로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갑작스럽게 입원한 환자의 가족 중 간병할 사람이 없거나, 간병 부담이 큰 저소득 가구에 연간 최대 120만 원까지 간병비를 지원하는 경기도의 ‘간병 SOS 프로젝트’를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제도가 있어도 홍보가 부족해 시골에서는 알기 어렵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힘든 상황에서도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나 역시 건강이 온전하지 않지만, 가족이라는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같은 처지의 가족 간병인들도 다 비슷할 거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앞으로의 계획은?
“추워지기 전에 방문 목욕 서비스를 알아보려 한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라 화장실이 별채처럼 따로 있어 겨울에는 특히 춥다. 지금은 내가 직접 시키고 있지만, 날씨가 더 추워지면 위험해져 감당하기 어렵다. 집 안에서 안전하게 목욕할 방법을 미리 마련해야 올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남편과 아들이 건강을 되찾아 다시 셋이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또 간병비 지원이 현실적으로 확대되고, 방문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 제도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체계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시골 지역에서도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정보를 접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이 강화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