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암 치료 세계 3위·국내 1위… 생존율 최고
표준화된 다학제 진료 시행
AI 기반 폐암 조기 재발 예측 모델 개발
'노인종양학' 중심 치료 패러다임 전환

이미지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정밀의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초정밀의료를 구현하고자 한다”며 “10년 안에 개인별 특성에 맞춘 치료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암은 여전히 전 세계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그만큼 의료계에서 치열하게 치료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삼성서울병원이 2년 연속 세계 암 치료 분야 '톱3'에 이름을 올린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글로벌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병원' 랭킹에서 암 치료 분야 세계 3위, 국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해당 조사는 독일 글로벌 마케팅 전문 조사업체 스타티스타가 30개국 수만 명의 의료진과 자문단을 대상으로 질적 평가를 진행해 순위를 매긴 결과다.

삼성서울병원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환자 개개인에 맞춤화한 '초정밀치료'를 기반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이우용 암병원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2년 연속 '세계 암 치료 톱3'에 오른 소감은?

우리 국민이 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 의료진도 국민도 우리 의료 수준을 더 자랑스러워하면 좋겠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암병원 개원 당시부터 암환자의 모든 치료 여정에 함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실천한 것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일례로 암교육센터를 국내 최초로 개설하고, 무료로 암환자 교육에 힘을 쏟았다. 우리 병원에서 암을 새로 진단받은 사람을 살펴봤더니, 체계적인 교육과 지지를 받은 암환자는 초기 사망 위험이 27% 감소했다.

암치료 생존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삼성서울병원은 태생부터 다학제 진료를 추구해왔다. 진료과보다 질환별 전문센터를 앞세워 암환자를 치료했다. 다학제 진료가 잘 이뤄지려면, 센터 내 유기적인 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병원은 그 과정을 표준화해, 판단이 어려운 환자에 대해 여러 전문의가 함께 논의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이런 토대 덕분에 임상연구·시험, 패스트트랙, 로봇이나 양성자와 같은 첨단치료기기, CAR-T 등 새로운 치료제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 병원은 뉴스위크가 AI나 사물 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의료 현장에 얼마나 했는지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세계 최고 스마트 병원' 랭킹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암종별 생존율, 수술 건수 등을 공개하는 이유는?

2019년부터 격년으로 발간했던 아웃컴북을 2023년부터는 매년 발간하고, 영문판도 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암 연간 보고서와 아웃컴북을 통합해 ▲암등록 건수 ▲연령·성별 분포 ▲5년 생존율 지표까지 추가했다. 아웃컴북은 일종의 성적표다. 객관적으로 우리 수준이 어디쯤 있는지 보여준다. 의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 기준에 맞춰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얻고자 했다.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고, 아웃컴북은 우리 병원이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 믿음을 주는 병원으로 자리 잡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고령 암환자 치료 성과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올해 우리 암병원의 주제다. 노인종양학이 앞으로 암 치료의 흐름을 바꿀 것으로 본다. 노인종양학은 다양한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현재 비뇨암, 폐암 2개 암에 노인종양학과 관련한 수술 과정 정비 파일럿을 시작했다. 앞으로 암병원 전체 프로세스를 노인 중심으로 재설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미지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해외 주요 암병원과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2022년 뉴스위크 병원 랭킹에서 우리 병원이 암 분야 세계 6위에 올랐다. 이후 유럽의 많은 병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독일 샤리테 병원과는 지난해 독일 현지에서 '방사선종양학의 혁신'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프랑스 구스타브 루시 병원과는 간세포암과 비강암 등에서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앞으로 국제 연구 협력이 자연스레 늘게 되고, 우리 병원뿐 아니라 국내 연구진들이 세계 의학 기준을 바꾸는 연구에 참여할 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본다. 연구 책임을 맡는 모습도 더 자주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암 치료 분야에서 어떤 기술에 주목해야 할까?

지금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인공지능을 의료 환경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 김홍관·정현애 교수 연구팀이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재발 위험을 최대 1년 앞서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한 것도 그런 사례다.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상대적으로 진행 속도가 완만하지만, 같은 병리여도 환자 상태와 종양 특성이 달라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까진 어떤 환자가 재발 위험이 높은지 알기 어려웠다. 이번에 완성된 모델 '레이더 케어'는 임상·병리·검사 데이터를 종합해 1년 이내 재발 가능성을 예측한다. 위험도가 큰 환자를 집중 관리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환자는 조기에 완치 판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유전 정보, 환경, 생활 습관 등 개인의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게 예방·치료하는 정밀의료가 세계적 트렌드다.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 '초정밀의료'를 구현하고자 한다. 그 출발에 암 연구에 필요한 환자의 각종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레지스트리 사업이 있다. 이렇게 쌓은 빅데이터가 암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 개개인에게 꼭 맞는 치료가 무엇인지 또한 가늠할 수 있게 한다. 2020년 폐암을 시작으로 유방암·간암·대장암·림프종·췌장담도암·위암·난소암·전립선암·뇌종양·두경부암·육종 등 국내에서 호발하는 12개 암종에 대해 레지스트리를 만들었고, 식도암·자궁경부암·백혈병 등 다른 암종들도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차근차근 데이터를 만들어가면 10년 안에는 개인별 특성에 맞춰 치료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병원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노인의학을 암병원 전반에 실현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내년에는 대한암학회 이사장을 새로 맡을 예정이다. 단일 병원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이 국가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자 한다. 병원 차원에서는 암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병원, 의료진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병원으로 오랫동안 환자와 국민 가슴에 남기를 바란다. 실력과 따뜻함을 갖춘 병원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