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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외식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만 하면 '장'에서부터 신호가 오는 사람들이 있다. 복통·설사·변비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다. 비타민 D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장에 구조적인 문제 없이, 복통·설사·변비 등의 증상이 6개월 이상 가는 위장관 질환을 말한다.

과거부터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체내 조직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비타민 D'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2015년 영국 셰필드대 의대 종양학과 버나드 코프 박사팀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나타나는 증상의 강도와 혈중 비타민 D 수치를 비교·분석한 결과, 환자 82%가 비타민 D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타민 D 결핍률이 높을수록 호소하는 소화관계 증상도 심했다.

코프 박사는 "팀원 중 30년 이상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료가 있었다"며 "어떤 방법도 효과가 없었는데, 5년 전 고용량 비타민 D 보충제를 복용했고, 이후 증상이 크게 호전됐다"고 했다. 이어 "이에 아이디어를 얻어 연구를 진행했고, 이 결과가 모든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이 비타민 D 부족이라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보여준다"고 했다.

연구팀은 "결장에는 염증을 조절하는 비타민 D 수용체가 있는데,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이 수용체에 영향을 미쳐 증상이 심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타민 D는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생성에도 역할을 하므로, 비타민 D 부족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긴 사람은 삶의 질이 더 낮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이 주장을 더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연구가 나왔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 비타민 D가 부족하다'만 확인되면, 실제 비타민 D 부족이 과민성대장증후군 원인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비타민 D는 햇볕에 노출됐을 때 체내에서 만들어지므로, 비타민 D 부족은 '햇볕을 쬐지 않고 활동량이 적은 사람'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타민 D보다 활동량 부족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일 수 있는 것이다.


'비타민 D'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월 그리스 파트라스대 이오안나 아겔레토풀루 박사팀은 유전적으로 비타민 D가 잘 합성되지 않는 사람들의 과민성대장증후군 위험도를 확인했다. 영국 바이오뱅크를 통해 약 5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 유전적으로 비타민 D 합성이 잘 안되는 사람일수록 과민성대장증후군 위험이 증가했다. 비타민 D 수치가 낮을수록 그 위험은 더 커졌다.

연구팀은 "실제 비타민 D 섭취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지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도 "강한 연관성은 확인됐다"고 했다.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인 염증성장질환에서는 비타민 D 복용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다. 염증성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겨, 복통·변비·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비타민 D 수치는 햇볕 노출, 식품, 보충제, 고농도 주사 등을 통해 높일 수 있다. 요즈음 같은 가을엔 자외선 지수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아, 몸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채 20~30분 야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비타민 D 수치를 높일 수 있다. 비타민 D가 함유된 음식으로는 연어·고등어·참치 등 생선류, 소간, 달걀 노른자, 치즈, 버섯, 비타민 D 강화우유 등이 있다.

한편, 모든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비타민 D 부족이 원인이었던 것은 아니므로, 먼저 비타민 D 수치가 낮은지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