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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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곱 살 소년과 두 살 소녀가 수백 마리의 말벌 떼에 공격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망한 남매의 생전 모습./사진=SCMP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어린 남매가 수백 마리의 말벌에게 공격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월 28일 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한 마을에서 발생했다. 당시 조부모와 함께 지내던 일곱 살 소년과 두 살 소녀는 할머니를 따라 옥수수밭에 나갔다가 근처 소나무 숲으로 놀러 갔고, 이후 수백 마리의 말벌에게 공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의 비명을 들은 이웃 주민이 현장으로 나갔다가 자신도 함께 쏘인 뒤 급히 도망쳐 할머니에게 상황을 알렸다. 할머니는 가까이 있는 손자를 먼저 구조한 뒤 이어 손녀를 데리고 나왔지만,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손녀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손자는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나 다음날 끝내 숨졌다. 할머니도 수십 군데를 쏘여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부검 결과, 소년은 300곳 이상, 소녀는 700곳 이상을 벌에 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의 부모는 저장성 동부에서 일하던 중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가했지만, 이미 두 자녀 모두 세상을 떠난 뒤였다. 아버지 양씨는 “아이들의 머리부터 팔, 다리, 등, 배까지 온몸이 쏘였다”며 “쏘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남매를 공격한 말벌은 인근 농민 리씨가 사육하던 ‘등검은말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등검은말벌의 독은 다른 말벌에 비해 강력하지는 않지만, 통증과 과민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리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일시 구금됐으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는 피해자 가족에게 약 5만 위안(한화 약 780만 원)을 보상했지만, 추가적인 배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이후 자신이 키우던 말벌을 모두 죽였으며, 현지 당국은 해당 종의 사육을 전면 금지하고 지역 내 말벌 사육 시설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가을철 빈번하게 발생하는 벌 쏘임… 뱀물림보다 위험
국내에서도 벌 쏘임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8~9월은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기이며, 성묘·벌초 등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추석 연휴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소방청 구급활동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59명에 벌에 쏘여 병원에 이송됐다. 같은 기간 뱀물림 환자는 하루 평균 7명씩 발생했는데, 벌 쏘임으로 인한 사망률은 뱀물림보다 약 5배 높다. 벌 독에는 신경독과 혈액독이 섞여 있어 통증·부종·근육 손상을 일으키는데, 일부 성분은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한두 번만 쏘여도 갑자기 기도가 붓고 호흡곤란·혈압 저하가 나타나며, 몇 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벌에 쏘였다면… 침 제거하고 심하면 병원 방문해야
벌에 쏘였을 때는 즉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벌침이 박혀 있다면 신용카드처럼 납작한 물체로 밀어내듯 제거해야 한다. 쏘인 부위는 깨끗한 물로 씻고 얼음찜질을 해 염증과 부기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국소적 통증이나 가려움만 나타난다면 비교적 안전하지만, 전신 두드러기나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며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의 경우 야외에서의 유일한 응급 치료는 ‘에피네프린’이라는 약물의 자가 주사다. 하지만 이를 평소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어 신속한 119 신고가 가장 중요하다.

◇예방이 최선… 밝은 옷 입고 향 주의
벌 쏘임을 예방하기 위해서 야외 활동 시에는 밝은색 긴팔·긴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벌은 갈색·검은색 같은 어두운색을 천적(곰, 담비 등)으로 인식해 더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국립공원공단이 2016~2018년 사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색상이 어두울수록 벌의 공격성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수·헤어스프레이 같은 강한 향은 벌을 유인하므로 자제하고, 야외에서는 과일·탄산음료를 밀폐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나무 틈이나 땅속에서 벌이 자주 드나드는 모습이 보이면 근처에 벌집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벌집을 건드렸다면 땅에 엎드리거나 웅크리기보다 머리를 가리고 20m 이상 신속히 벗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 말벌은 한 마리가 여러 번 침을 쏠 수 있고 독성도 강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