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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약 미국에서 한국이나 일본 소의 세포를 활용해, '한우·와규 배양육'이라고 판매한다면 우리나라는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국내 연구팀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최근호에 목소리를 냈다.

일명 '실험실 고기'라고 불리는 배양육은 동물의 줄기세포를 세포공학기술로 배양해 만들어내는 고기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전세계 식품 산업에서 '배양육'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누가 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가에 집중해왔다.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박유현 교수팀은 이를 넘어 배양육 시장이 형성됐을 때 '누구의 세포를 사용하고, 그 이익은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사회·윤리적인 갈등 요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배양육의 시작이 되는 '불멸화 세포주(무한히 증식하는 세포)'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육종업체의 품종 권리와의 충돌 가능성 ▲국제 생물다양성협약과 나고야 의정서상 유전자원 접근 문제 ▲글로벌 배양육 기업들의 지식재산권(IP) 전략 등 크게 세 가지 쟁점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분석했다.

식물품종보호 제도는 오래 전부터 확립돼 왔지만, 동물 품종에 대해서는 유사한 체계가 없다. 가축 번식업체에서는 유전자 자산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어, 배양육 기업이 특정 품종에서 세포를 가져오면 사육자나 품정 협회에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업들은 세포주 선택 단계부터 IP와 규제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우와 같은 우리나라 고유 품종 세포는 국제 협약을 통해 정부에서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생물다양성협약(1992)과 나고야 의정서(2010)를 근거로, 해외 기업은 한국 소 유전자원을 세포주로 활용하려면 한국 정부나 지역 공동체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후 이익도 공유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세포주를 활용하려면 마찬가지로 동의를 받기 위한 협상과 로열티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연구팀은 글로벌 선도 기업은 IP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도 분석했다.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 굿미트(Good Meat), 모사 미트(Mosa Meat) 등 글로벌 선도 기업은 세포 배양 기술, 배양 배지 조성, 세포주 개발 등 자사 고유 기술을 특허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유럽·네덜란드 기업이 선도해 특허를 출원하고 있었다. 유전자원 제공자나 육종업체와의 권리 충돌과는 별개로, 독자적 기술 정체성을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박유현 교수는 “배양육은 단순한 식품기술을 넘어, 생명공학, 지식재산권, 글로벌 규제, 유전자원 주권, 생물다양성 보호, 지속가능한 식량공급 체계 등의 핵심 아젠다가 교차하는 초융합 산업”이라며 “세포주 확보부터 상용화 전략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적 역량과 법‧제도적 통찰이 동시에 요구되는 전략 산업으로 기술과 규제의 국가적 지원이 필수적이다”고 했다.

박유현 교수는 배양육 산업에서의 IP 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고유 가축 품종을 기반으로 한 세포주 확립 연구를 추진 중이다. 한국형 배양육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유전자원 경쟁 속에서 전략적 자산을 축적하기 위한 기반 작업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논문에는 배양육을 전공하는 박유헌 교수팀 뿐만 아니라 법률·정책 전문가인 김·장 법률사무소 정석현 변리사, ‘APAC Society for Cellular Agriculture (APAC-SCA)’ 피터 유 등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