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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아동 사망 연관성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아동 사망 연관성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와 업계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한 보고서로 인해 미국 공중보건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FDA 주도… 차주 회의서 논의 예정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보건 당국은 다음 주에 열리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ACIP는 CDC에 백신 접종 관련 사항을 권고하는 기구로, 현재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권장 사항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의 결과에 따라 백신의 접근성과 무료 제공 여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ACIP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미국의 백신 정책에서 모든 아동이 배제될 수 있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ACIP는 현재 75세 이상에게만 백신 접종을 권고하되 그보다 젊은 사람들은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저 질환이 없는 75세 미만에게는 백신을 권고하지 않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백신 반대론자인 보건복지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장관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마티 마카리 국장이 주도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 6월 ACIP 위원을 전원 백신 회의론자들로 교체한 데 이어 CDC 개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CDC 수전 모나레즈 국장도 해임했다.

그는 지난 5월에는 건강한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말라고 보건 당국에 지시했다. 이후 CDC는 부모들에게 자녀에게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기 전에 의사와 상담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모든 생후 6개월~23개월 영유아에게 매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장하며, 부모가 원하는 경우 더 큰 아이들에게도 접종을 권장할 수 있다.

마카리 국장 또한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관계자들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아동 사망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조사하고 있다"며 "부검 보고서 검토와 관련 가족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조사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검토에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학계·백신 업계 “안전성 문제 발견 안 돼”
학계는 보건 당국의 이 같은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가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건 당국이 참고한 데이터는 '연방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VAERS)'에 제출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여기에는 환자·의사·약사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까지 별도의 검증 없이 부작용을 보고할 수 있다. CDC 또한 이 데이터베이스가 백신이 사망의 원인인지 판단하는 용도가 아니라고 명시했으며, 공식적인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DC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보고서 속 사망 아동 25명 가운데 16명은 최신 변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과 소아에서의 안전성·효능에 대한 데이터를 검토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 브리검 아동병원 소아과 할린 마와 교수는 "6월 이후 연구에서 새로운 안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케네디 장관에 의해 해임된 전 백신 자문위원 또한 목소리를 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공중보건학과 노엘 브루어 교수는 "백신의 해악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코로나19의 해악성을 무시하는 것이다"며 "미국 정부는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모더나는 성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10억회분 이상 배포된 가운데, 미국·호주·캐나다·유럽연합 보건 시스템 전반에서 어린이나 임산부에게 새로운 안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또 다른 mRNA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는 아직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