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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SD 제공
글로벌 제약사 MSD는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에 건설 예정이었던 10억파운드(한화 약 1조88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시설 건립 계획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0년 8월 MSD는 해당 시설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번 결정으로 영국 내 프로젝트를 전면 백지화했다. MSD는 영국에 있는 R&D 운영 본부도 미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또한 계획대로라면 이 연구소는 과학자 180명을 포함해 총 8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발표로 인해 약 125명의 인력을 올해 내에 해고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MSD가 영국 제약산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MSD는 미국 의약전문매체 피어스파마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 결정은 영국이 생명과학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고, 역대 영국 정부의 혁신신약·백신에 대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제약산업 정책에 불만을 품은 기업은 MSD뿐만이 아니다. 최근 영국 제약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세금·약가 정책을 두고 영국 규제당국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영국제약산업협회(ABPI)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영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불확실한 규제 환경으로 인해 영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2023년 외국 바이오 기업들의 영국 투자액은 7억9500만파운드로 2017년 대비 58% 감소했으며, 투자 순위 또한 2위에서 7위까지 떨어졌다. 후기 단계 신약 임상시험 또한 2023년 기준 8위로, 2017년(4위) 대비 4계단 하락했다.

영국제약산업협회 리처드 토벳 대표는 "이번 조치는 영국 생명과학 산업에 대한 야망에 큰 타격이다"며 "MSD 등 혁신적인 기업들이 영국에 대한 투자와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