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시술 리포트] ④불법 문신 제거 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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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플과 바늘을 이용한 문신 제거 시술/사진=소셜미디어 갈무리
직장인 A씨는 과거에 몸에 새긴 문신을 지우고 싶어졌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거 시술을 받을 곳을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수십 개의 제거 후기 사진이 즐비한 업체를 찾았다. 확인해보니 해당 업체는 병·의원이 아닌 에스테틱 샵. 비의료인에게 시술을 받아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한데다가 문신이 말끔하게 지워진 후기 사진이 많아 마음이 흔들렸다. 샵에서의 문신 제거 시술, 과연 안전한 걸까?

◇정체불명의 앰플과 저사양 레이저로 시술
에스테틱 샵에서 시행하는 문신 제거 시술은 크게 레이저와 앰플을 사용하는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더 구체적으로는 ▲색소를 제거해준다는 앰플을, 문신 시술 시와 같이 바늘로 피부를 촘촘히 찔러서 주입하는 방식 ▲레이저 기기로 피부 속 문신 색소 입자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앰플을 제작·유통하고 에스테틱 샵 원장을 대상으로 시술법을 교육하는 모 업체는 테이퍼(바늘 끝이 점차 뾰족해지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가장 날카로운 꼭짓점에 이르기까지의 부분)가 5mm인 문신용 니들을 피부 위에 문지르며 앰플을 주입하도록 교육한다. ‘앰플은 안전하며, 색소 제거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나 정체가 무엇인지는 대중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샵에서의 레이저 시술은 의료기기 레이저보다 낮은 사양의 기기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기자가 레이저 문신 제거 시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 에스테틱 샵에 시술 방식을 물었더니, “미용기기라 병원에서 쓰는 의료기기보다 출력이 약하다”며 “그래도 문신은 충분히 지워진다”는 답이 돌아왔다. 의료기기 급의 레이저 기기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스테틱 업계 종사자 B씨는 “의료용으로 나온 레이저 기기를 밀수해서 판매하는 업자에게 구매해서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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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를 이용한 불법 문신 제거 시술을 시행하는 모습. 해당 업체는 불법 의료 행위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사진=소셜미디어 갈무리
◇제거 효과 없고 피부 손상 가능성 커
샵에서 시행하는 제거 시술은 효과가 없을 뿐더러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레이저 기기를 이용한 방식은 병·의원에서 실제로 시행하는 시술을 모방하기라도 했지만, 앰플을 피부에 주입하는 것은 의료계에서 사용하지조차 않는 방식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이상주 부회장(연세스타피부과 대표원장)은 “문신을 산성 물질로 부식시켜 제거하는 방법이 있긴 했으나 몇백 년 전의 이야기”라며 “최근 20~30년간은 레이저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이 부작용이 가장 적은 표준적 방법으로 쓰여왔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25년간 문신 제거 시술을 시행해온 신사 초이스피부과 양성규 대표원장은 “앰플을 이용한 제거법은 의료계에서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앰플을 주입하려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것도 문제다. 임이석테마피부과 임이석 대표원장은 “문신 색소는 진피층에 있기 때문에 바늘이 표피까지만 들어가면 제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진피까지 찔러넣으면 피부에 무해한지 검증되지 않은 앰플이 피부 깊숙이 들어가 위험한데다가 2차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양성규 대표원장은 “현재 병·의원에서 문신 제거에 이용하는 피코초레이저(1조분의 1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빛을 조사하는 레이저)는 가격이 수억대이므로 에스테틱 샵에서는 이보다 레이저 출력이 낮거나 조사 시간이 긴 저사양 기기를 쓸 것”이라며 “출력이 낮은 기기라면 문신이 지워지다가 말 것이고, 조사 시간이 긴 기기라면 피부 손상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문신 제거 시술의 성패는 레이저가 ‘얼마나 순간적으로’ 발사되는가가 좌우한다. 레이저 빛이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사되면, 문신 색소의 온도가 순식간에 상승하며 열팽창이 불균일하게 일어나 색소 입자가 산산조각난다. 색소에 흡수된 레이저의 빛 에너지는 대부분 색소를 파괴하는 데 쓰이므로 주변 피부에는 열이 전달되지 않아 피부 손상은 미미하다. 그러나 문신 입자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빛이 조사되면, 문신 색소의 열팽창이 균일하게 일어나 색소 입자가 덜 파괴된다. 열이 색소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변 피부로 전달돼 피부에 열 손상을 줄 수 있다. 양성규 대표원장은 “낮은 사양의 레이저로 문신을 옅게 하려다 보면 색소가 잘 파괴되지 않으니 여러 번 조사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피부 손상이 누적돼 흉터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중에서도 숙련자에게 받아야
전문가들의 염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부작용을 겪은 이들이 암암리에 병·의원을 찾아 치료받고 있다. 이상주 부회장은 “에스테틱 샵에서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피부가 얼룩덜룩해지거나 볼록한 흉터가 남은 사람들이 수년 전부터 찾아왔는데, 최근 들어 더 늘고 있다”며 “샵에서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문신을 지우면서 흉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한 흉터 치료도 병행해야 하므로 비용이 배로 든다”고 말했다. 샤인룩스의원 안승혁 원장은 “불법 문신 시술을 받고 흉터가 생긴 사람을 두 명 진료해봤다”며 “한 명은 문신 제거 레이저를 잘못 조사해서 피부에 생긴 화상을 치료하러, 다른 한 명은 문신 제거를 10회 받았음에도 아예 지워지지 않아 제대로 지우러 내원했다”고 말했다. 불법 제거 시술로 상처나 흉터가 생긴 상태라면, 나중에 병·의원에서 문신 제거 시술을 받더라도 멀쩡한 피부에 처음 받을 때보다 제거 난도가 높아진다.


소셜미디어에 나오는 성공 후기만 믿고 섣불리 시술받아서는 안 된다. 업체에서 올리는 것이라 포토샵이 되지 않은 진짜 후기 사진인지 확신할 수 없다.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피해 사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 C씨는 “샵 원장이 부작용 피해자의 지인인 경우가 많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피부를 뚫는 침습적 행위를 비의료인이 시행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다. 일례로, 미세 바늘이 피부 장벽을 관통하게 해 유효 성분을 진피층 내부에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테라피 시스템(MTS)은 실제 판례에서 의료인이 시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로 분류되며, 보건복지부 역시 “미세 바늘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해 의료인 아닌 관리사가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문신 제거’는 ‘문신’보다도 까다로운 시술이라 의료인에게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이석 대표원장은 “문신을 제거할 수 있을 만한 사양의 레이저를 잘못 사용하면 제거 부위의 멜라닌 색소 생성 세포가 죽어 살이 흰색으로 변하거나 살이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흉터(비후성 반흔)가 남는다”며 “의사 중에서도 비숙련자는 다루기 어려운 기기므로 부작용 대처 능력이 없는 비의료인에게 받아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 D씨는 “피부 깊숙한 곳에 있는 문신 색소에 레이저 빛을 조사해 깨부수는 과정에서 피부 속 온도가 순간적으로 상승하고,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다”며 “출력을 조정하며 사용해야 하는 기기라 의사 중에서도 숙련된 사람만이 사용해야 부작용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