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교수(왼쪽)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를 진료하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교수팀은 지난 10년간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으로 치료받은 환자 2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미세잔존질환 수치가 높은 환자일 경우 치료 강도를 높였을 때 5년 무사건 생존율이 기존 19%에서 90%로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어린이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혈액암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이다. 이 질환은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림프구 전구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정상 혈액 세포 생산이 억제되고 이로 인해 빈혈과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항암화학요법 등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지만 일부 환자는 겉으로 완치된 듯 보여도 몸속에 극소량의 암세포가 남아있어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가 있는데 이를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미세잔존질환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골수 검사 시 이를 측정하면서 항암 강도 조정에 활용하고 있다.

김혜리 교수팀은 2013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21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모든 환자는 치료 각 단계에서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측정했고 0.1% 이상으로 양성이 나올 경우 더 강한 항암치료로 전환했다.

1차 치료인 관해유도요법 이후 미세잔존질환이 양성이었던 환자는 21명이었고 이중 12명에게 한 단계 강화된 치료를 적용했다. 그 결과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환자들의 5년 무사건 생존율은 19%였지만 강화한 집단은 90%로 생존율이 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치료인 공고요법 이후 미세잔존질환 양성이었던 환자들 역시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경우는 75.4%의 생존율을 보였지만 치료를 강화한 집단은 95.2%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치료를 강화한 환자군에서도 통상적인 항암 치료의 부작용 이외에 중증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은 2021년부터 기존 유세포분석보다 100배 이상 민감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의 미세잔존질환 검사를 도입했다. 이후 기존 검사에서 놓칠 수 있는 극소량의 백혈병 세포까지 검출해내는 것이 가능해져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바탕으로 한 정밀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완치율은 97%를 넘어섰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기준으로 환자 상태에 적합한 치료 강도로 조정하면 재발 위험이 높은 소아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치료 반응을 더욱 정확하게 살피면서 소아 백혈병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블러드 리서치(Blood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