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이식-항암제 발달…완치율 크게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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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다. 그러나 항암치료가 강화되고 골수이식 수술이 활발해지면서
완치율이 10% 이상 높아졌다.
현재 전체 소아 백혈병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전체의 60% 이상)인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의 완치율은 70% 이상이며, 두 번째로 많은
유형(전체의 30%)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완치율도 50%에 육박한다.
특히 최근에는 제대혈에 들어있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대혈은 신생아의 탯줄과 태반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조혈모세포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골수이식에만 의존했던
과거에 비해,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문이 하나 더 열린 것이다.
◆ 강화된 항암치료
백혈병 항암치료는 3년이 기본이다. 90년대 이후 항암치료는 전반적으로
크게 강화되는 추세다. 첫 단계는
프레드니솔린·빈크리스틴·L아스파라기나제 등의 항암제를 투여해 치료
초기 4~6주일 동안 골수 속의 암세포를 5%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치료다.
이를 ‘관해유도’라 한다. 이후 중추신경계에 남아있던 암세포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척수강에 메토트렉세이트 등의 항암제를
투여한다. 머리에 방사선을 쬐는 방사선 치료는 후유증이 있어
예방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2~3년간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항암제를 투여하는 지속요법에 들어간다.
◆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의 장단점
조혈모세포 이식은 지속요법 전단계에서 이뤄진다. 조혈모세포는 인간의
골수와 제대혈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과거에는 골수이식에만 의존했으나,
90년대 말부터 가톨릭의료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제대혈 이식이 점차 늘고 있다.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의 최대 장점은 기증자를 찾기 쉽다는 점이다.
인간은 누구나 고유한 조직적합성항원(HLA)을 갖고 있는데, 골수 이식은
HLA 항원 6개가 모두 일치해야만 가능하다. HLA 항원이 하나라도 맞지
않는 골수를 이식하면, 곧바로 기증자의 T림프구가 환자의 장기를
공격하는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HLA 항원이 모두 일치할 확률은
친형제끼리도 30%가 못된다.
그러나 제대혈은 HLA 항원이 4개만 일치해도 이식이 가능하다. 신생아의
혈액이기 때문에 면역체계가 약하고, 따라서 기증자의 T림프구가 환자를
공격하는 힘도 약하기 때문이다. 단 제대혈에 들어있는 조혈모세포는
골수에 비해 양이 적어, 체중이 적게 나가는 어린이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골수이식에 비해 회복도 느리다. 현재 우리나라 제대혈 샘플은
1만명 미만이다. 제대혈 샘플이 많아질수록 소아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이 살아남을 확률도 커진다.
◆ 글리벡과 인터페론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킨 먹는 항암제 글리벡은
소아에겐 적용하기 어렵다. 소아 백혈병은 대부분 만성이 아닌 급성이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들은 글리벡 투약을 기존 항암치료와 병행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임상실험 결과가 적어 일반적으로
행해지지는 않고 있다. 인터페론도 같은 이유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해외에서는 항체나 비소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 도움말=구홍회·삼성서울병원 교수, 유건희·삼성서울병원 교수,
유철주·신촌세브란스 병원 교수, 정낙균·여의도 성모병원 교수 >
◆소아 백혈병 요점정리
우리나라 어린이 400명이 매년 소아 백혈병에 걸린다. 어린이 암 환자 세
명 중 한 명이 백혈병 환자다. 사람의 뼈 속에 들어있는 골수는 피를
만들어 내는 조혈기능을 담당하는데, 소아 백혈병은 바로 이곳에
암세포가 생겨 증식하는 병이다.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일반적으로
벤젠·중금속·살충제 등 화학약품이 백혈병 발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운증후군 등 선천성 유전자 이상 질환이 있는 아이들도
백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유전적 요인이 강해,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백혈병에 걸릴 경우 나머지 한 명이 백혈병에 걸릴 확률은 20%
정도며, 백혈병 환자의 자녀가 백혈병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배 높다.
소아 백혈병은 대부분 급성이다. 건강하던 아이가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고, 이유없이 열이 나 오래 가며, 몸에 쉽게 멍이 들고,
팔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확진을 위해서는 골수검사를
해야 한다.
힘겨운 항암치료를 견뎌내는 것 못지않게 소아 백혈병 어린이와 가족들을
힘겹게 하는 것이 주변의 따돌림이다. 소아 백혈병은 전염되지 않는다.
주변의 따뜻한 배려가 어린이를 살리는 힘이 된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