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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폐를 사람에게 이식해 9일간 기능이 유지되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사진은 연구에 사용된 돼지의 폐./사진=네이처 메디슨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폐를 뇌사자에게 이식해 9일 동안 기능하는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중국 광저우의대 부속 제1병원 허젠싱 박사가 이끄는 중국·한국·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왼쪽 폐를 39세 뇌사자에게 이식한 뒤, 9일간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전경만 교수가 참여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이종 간 폐 이식 사례로, 연구팀은 “이식된 돼지 폐가 9일(216시간) 동안 기능을 유지했으며 급성 거부 반응이나 감염 징후도 없었다”며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5월 뇌출혈로 치료를 받다 뇌사 판정을 받은 남성에게 유전자 6개를 조작한 돼지 폐를 이식하고, 9일간 장기 기능과 면역 반응을 관찰했다. 폐를 제공한 돼지는 중국 바마샹 종으로, 이식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 유전자 3개(GGTA1, B4GALNT2, CMAH)를 제거하고, 인간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 3개(CD55, CD46, TBM)를 삽입했다.


이식 후에도 초급성 거부 반응이나 감염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환자 가족의 요청으로 연구를 종료한 9일째까지 폐 기능이 유지됐다. 다만 이식 24시간 뒤 폐부종과 손상이 관찰됐는데, 연구팀은 이식 과정에서 혈류가 일시 차단됐다가 재개되면서 생긴 손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수술 3일째와 6일째에는 항체가 돼지 폐를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나타났지만, 9일째에는 손상이 일부 회복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환자의 면역반응 억제를 위해 토끼 항-흉선세포 면역글로불린, 면역반응을 차단하는 비실릭시맙·리툭시맙·에쿨리주맙·토파시티닙, 면역억제제 타크로리무스 등을 환자 상태에 따라 투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돼지 폐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다만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돼지 유전자 편집과 면역억제 요법의 최적화, 추가 동물실험과 사전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