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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루미언트, 리트풀로, 린버크 / 각사 제공
경쟁 구도가 새롭게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원형탈모 치료제 ‘JAK(야누스 키나제) 억제제’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린버크’가 원형탈모 임상 3상 시험의 두 번째 연구에서도 효능을 입증했다.

◇린버크, 이전 발표에 이어 모든 용량군에서 효과 확인
애브비는 린버크의 중증 원형탈모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 ‘UP-AA’의 두 번째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고 지난 21일(현지 시각) 밝혔다. 린버크는 먹는 JAK 억제제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작용을 차단·조절해 염증을 억제한다. 국내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축성 척추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치료제로 허가됐다.

UP-AA는 연구1·2 등 두 개의 연구로 나눠 총 52주 간 진행됐다. 두 연구 모두 중증 원형탈모가 있는 성인·청소년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린버크 두 가지 용량(15mg·30mg) 또는 위약을 투여했고, 두 연구 중 연구2의 결과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먼저 발표했다. 당시 두피의 80% 이상에서 모발이 자란 환자 비율은 린버크 15mg군 44.6%, 30mg군 54.3%였다.

이번에 애브비가 발표한 결과는 연구1에 대한 것으로, 린버크의 두 가지 용량(15mg·30mg)을 24주 동안 위약과 비교했다. 환자들의 연구 시작 당시 평균 SALT(탈모 중증도 지수) 점수는 84점(두피의 16%에만 모발이 남아 있는 상태)이었다.

연구1에서도 린버크는 두 가지 용량 모두 유의미한 모발 성장 효과를 입증했다. 두피의 80% 이상(SALT 점수 20점 이하)에서 모발이 자란 비율은 린버크 15mg 투여군 45.2%, 30mg 투여군 55%였고, 위약군은 1.5%였다. 이는 연구2의 결과보다 조금 더 높은 효과지만, 큰 차이는 없는 수치다. 안전성은 두 용량 모두 다른 적응증 관련 연구에서 보고된 것과 일치했다.


◇원형탈모 치료 판도 변화 여부 주목
애브비는 이번에 두 번째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구체적인 허가 신청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장기간 안전성 결과를 확보하는 대로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낼 예정이며, 적응증을 추가하는 대로 국내에서도 적응증 확대 신청을 추진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The Business Research Company’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원형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35억5000만달러(한화 약 4조7000억원)다.

린버크가 국내에 진입하면 일라이 릴리 ‘올루미언트’, 화이자 ‘리트풀로’와의 삼파전이 예고된다. 세 치료제는 작용 기전, 모발 성장 효과, 청소년 사용 가능 여부에서 서로 다르다. 올루미언트는 JAK1과 JAK2를 차단해 염증성 물질의 발현을 줄이고 면역세포의 모낭 공격을 억제해 성장기에 있는 모낭이 퇴행하는 것을 막는다. 리트풀로는 JAK3과 TEC 계열 키나제를 억제해 원형탈모를 유발하는 면역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자가 면역반응을 감소시킨다. 린버크는 JAK1을 억제해 면역 활성화 경로를 차단하고 자가 면역반응을 감소시켜 모발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연구에서 나타난 모발 성장 효과는 린버크가 가장 높다. 두피의 80% 이상에서 모발이 자란 비율을 살펴보면, 린버크 15mg이 45.2%(24주), 올루미언트 4mg이 38.8%(36주), 리트풀로 50mg이 23%(24주)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현재 허가된 품목은 리트풀로뿐이다. 리트풀로는 처음부터 청소년과 성인 모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반면, 올루미언트는 성인 대상 임상시험을 먼저 완료해 허가를 획득한 후 청소년 적응증 확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3월 청소년 대상 임상 3상 시험 'BRAVE-AA-PEDS'의 결과를 지난 3월 발표한 후 적응증 확대를 추진 중이다. 린버크는 이번 'UP-AA' 임상시험에 12세 이상 청소년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청소년 적응증을 획득해 리트풀로와 경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