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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병원 김동윤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선생님, 동네 할머니가 허리 수술하면 큰일난대요, 위험한거 아닌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척추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많은 이들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눈빛 속엔 막연한 두려움이 서려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이미 의료 기술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음에도, 오래된 편견이 여전히 환자의 선택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통증과 회복 과정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는 과거 개방형 수술 방식에서 기인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이제는 의료기술이 달라졌다. 특히 척추내시경, 그 중에서도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은 환자에게 보다 더 안전하고 부담이 적은 치료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발표된 여러 국제 논문들은 이 수술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강하게 뒷받침해왔으며, 불과 몇 년 만에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이미 요추 질환에 대해 양방향 내시경을 활용한 감압수술이 기존의 현미경 수술보다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전향적 연구 결과도 발표되며 그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닌, 수많은 임상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은 양쪽으로 각각 7mm에서 1cm 내외의 작은 절개만으로 진행된다. 한쪽에는 카메라를, 다른 한쪽에는 수술기구를 삽입해 병변 부위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여 정확히 절제하거나 제거한다. 과거에는 큰 절개 후 초마이크로 현미경을 사용하는 방식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병변을 더욱 선명하고 넓게 볼 수 있게 되면서 수술의 정밀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다양한 환자에게 더 나은 장점이 된다. 젊은 20~30대 환자의 경우 절개 부위가 작기 때문에 정상 조직 손상이 적고, 수술 후 흉터나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낮다. 반면 만성질환자나 고령 환자에게는 전신마취 없이 척추마취 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희망이 된다. 예전 같았으면 80~90대 환자에게 수술을 권하는 것 자체가 의료진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일상 복귀를 돕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수술 후 회복 또한 빨라졌다. 최소침습수술 방법으로 수술 중 출혈이 적고, 세척이 이루어지며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감염이나 부작용 위험이 매우 낮다. 수술 후 통증도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척추내시경 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라는 점이다. 단순히 증상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병변을 직접 제거하거나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혀 원인을 제거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발률도 낮다. 기존의 현미경 수술과 수술 과정은 거의 동일하지만, 병변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기에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의료진의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척추내시경 수술은 고난도의 기술로, 전통적인 개방형 수술을 충분히 경험한 의료진일수록 더 뛰어난 결과를 낼 수 있다. 기본기가 탄탄한 의사가 내시경 기술까지 숙련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진다. 전문 척추병원들은 수술 전 후 항생제 사용, 감염관리, 환자 모니터링까지 철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안전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무조건 허리 수술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중요한 건 적절한 치료의 시기와 방법, 그리고 의료진의 전문성이다.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수술, 빠른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척추내시경 수술은 두려움이 아닌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첫 걸음, 그 시작은 현명한 선택에서 출발한다.

(*이 칼럼은 새움병원 김동윤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