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경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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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경 가정의학과의사회장./사진=강태경 회장 제공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보건·의료 정책은 주요 의제로 소개된다.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방향 아래, 권역별 거점 공공병원 강화와 ‘공공의료 사관학교’(공공의대) 신설 등의 정책이 담겼다.

지역의료 붕괴는 의료계 안팎에서 꾸준히 경고해온 현상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 감소지만 지역의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면서 지역의 의료기관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큰 타격을 가했다. 정부는 의료인력 공급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환자들의 수요를 조정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붕괴, 의료만의 문제 아냐”
지역의료 붕괴를 단순히 ‘의사 수 부족’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이 쇠퇴하는 근본 원인은 산업구조 변화와 인구 감소인데 의료만 따로 떼어내 보기는 어렵다는 것. 청년들이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을 떠나듯 젊은 의사들도 경력 관리와 생활 여건 등을 우려해 지역 근무를 기피하기 마련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산부인과는 지역의 병원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데 1년에 분만을 20~30건만 경험하는 수련병원도 있다”며 “실력 향상과 경력 유지, 커리어패스가 끊기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지역 근무는 힘든 선택”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병원 향하는 지역 환자들… 순비용 4조6000억
지역에 환자가 있어야 젊은 의사들도 유입되지만 현실은 그나마 얼마 없는 지역의 환자들까지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는 총 17개 국립대학병원이 있으며, 이 중 11곳이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지역 환자 30~40%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방 병원은 성장 기회를 잃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함에 따라 발생하는 연간 순비용은 최대 4조 6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교통·숙박비만 따져도 4121억원에 이른다.


강 회장은 “암 같은 중증 질환 환자도 시간이 지나면 만성질환 환자로 전환되는데, 이들이 계속 수도권 병원 외래를 다니면서 지역 1·2차 병원이 무너지고 있다”며 “결국 수도권은 환자로 과밀화되고, 지방은 필수의료 공백이 커지는 이중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환자에 인센티브·패널티 부여 검토를
정부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회복시키고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질환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 시 경증 환자의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입원료, 응급진료, 중증 수술 및 의뢰·회송 관련 수가 체계를 신설한 것이다.

다만, 강 회장은 지역완결적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조금 더 급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내다 봤다. 광역 진료권 제한 등과 같이 의료서비스의 수요적인 측면을 관리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1997~1998년까지는 의료보험 진료권 제도가 있어 지역을 벗어나면 보험 적용이 제한됐지만, 해당 제도가 사라지면서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쏠리기 시작했다”라며 “KTX 개통이 더해지면서 지역 상급병원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역 진료권 제한 시행 방법에 대해서는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병행해 환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예컨대 환자가 지역 병원을 거쳐 상급병원으로 의뢰받으면 본인부담을 줄여주고, 곧바로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으면 일정 비용을 더 내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급한 환자는 예외를 두되, 편법적 이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정부가 내세우는 중진료권처럼 지나치게 세분화하면 비효율이 커진다”며 “일본처럼 자연스럽게 형성된 몇 개 권역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주치의제 병행해 일차의료 역할 강화해야
아울러 그는 ‘주치의제’를 병행하는 게 진료권 안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상급병원에서 중증 진료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복원하는 데 효과적이라 주장했다. 주치의는 지역사회에서 주민 건강 전반을 담당하는 일차의료 의사를 의미한다. 그는 “주치의는 환자의 건강증진, 질병 예방, 만성질환 관리는 물론 의뢰, 회송을 포함한 지역의 보건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조정 기능을 수행해 환자가 불필요하게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흐름을 줄일 수 있다”며 “우리나라 환자들은 특히 대부분의 만성질환자들은 이미 자신이 꾸준히 다니는 의사를 주치의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지원이 없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주치의제를 도입하려면 초기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프랑스는 2004년 주치의제를 도입할 때 이를 정착시키려면 정부가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함을 밝혔고 제도가 안정되면 의료 효율화로 비용 절감 효과는 저절로 나타날 거라고 공언하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는 제도 설계 단계부터 비용 절감만을 우선하다 보니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치의제를 통해 지역 일차의료의 역할을 강화하고, 광역 진료권 제한으로 지역의 의료전달체계를 회복해야”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