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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지자체는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바쁘다. 검색만 해봐도 여러 시자체와 기관에서 소비자에게 '주의'를 주고, 음식점을 '단속'하고, 급식소 위생관리를 '평가'했다는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갈수록 장마는 갑자기 찾아오고, 무더위는 심해지는 여름에 식중독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식중독 환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세 배 늘었을 정도. 여기에 원재료가 들어간 밀키트 시장 확대와 해외 식자재 수입 증가로 유통 경로가 복잡해지면서 안전관리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이 탓에 전문가 집단은 식품 관리 모든 단계의 데이터를 디지털화 하고, AI로 위험 요소가 높은 곳 위주로 식중독을 관리하자는 '사전 예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미국은 이미 2011년에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는 얼마나 준비됐을까?

◇사전 관리 없이는 ‘원천 봉쇄’ 불가
우리나라의 사후 대처는 매우 빠른 편이다. 사고가 나면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지자체가 팀을 꾸려 현장에 투입돼, 식품 샘플 채취부터 환경 조사까지 속전속결로 역학조사를 마친다. 덕분에 발생률 대비 피해 확산 속도가 낮지만, 식중독 사고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일엔 바지락을 취급하는 한 식당에서 식사한 59명 중 43명이 설사·복통을 호소했다. 검사 결과, 바지락에서 식중독균인 비브리오균이 발견됐다. 지난 5~6월 충북 청주와 진천의 집단 금식소에서는 케이크와 빵을 섭취한 256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는 "살모넬라, 비브리오 등으로 인한 세균성 식중독은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도 완벽한 제어가 어려워, 언제든 대규모 사건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사전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열심히 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자체 등에서 다양한 곳의 위생 관리를 점검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관리는 빈틈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냉동 케이크와 생지를 유통하던 배송차량이 점포 도착 후 냉동‧냉장고에 입고하지 않고 두 시간 이상 상온을 방치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모든 사례를 감시, 관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3단계 완성으로 사전 관리를
취재를 종합해 봤을 때, '예측형 안전관리'는 세 단계로 완성된다. ▲1단계 : 식품 안전과 관련된 모든 단계의 데이터를 디지털화 하고(원재료를 기른 토양·수질 검사 결과, 제조 공정 단계 공기 중 세균·곰팡이 농도, 저장 운송 중 온도·습도, 식중독 발생 시 세균 유전자 등) ▲2단계 : 빠르게 정보를 통합해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구축 ▲3단계 : 앞선 두 단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AI 기반 기술 도입이다.


미국이 식중독 사전 예방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1년 '식품안전현대화법(FDMA)'으로 HACCP(제조 공정 안전관리)에 '예방 계획'을 추가했다. 원재료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사전 대응 체계를 의무화했다. 이후 핵심 공중보건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의무 디지털화 했다. 대표적으로 PulseNet, FDA 추적 시스템이 있다. PulseNet은 국가 차원에서 실시간 병원체 유전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로, 전국 실시간 추적·리콜이 가능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모넬라가 나오면 다른 주의 유전 패턴과 비교해 즉시 원인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렇게 1,2 단계를 마치고, 최근에는 3단계를 장려하고 있다. 블록체인 추적, IoT 센서, AI 예측 모델 등의 기술 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고,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에서도 지난 2023년부터 AI로 수입 수산물을 검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주소는? 소규모 업체 참여율 높여야
우리나라도 2019년 '사전 예방' 전환을 선언하고 제도 개정을 이어가고 있다. 식약처 의지는 강하다. 2023년과 올해 두 번씩 일부 개정됐을 정도. 하지만 아직 1단계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별 격차다. 우리나라 정부는 1단계(데이터 디지털화)를 완비하기 위해 스마트 HACCP을 도입했다. 스마트 HACCP은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으로 데이터를 자동 기록·관리 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기존엔 수기로 작성해 왔는데, 스마트 HACCP을 도입하면 관리 데이터 수집 분석이 가능하고 인위적인 위·변조가 불가능해진다. 대규모 제조시설은 스마트HACCP으로 의무적으로 전환해야 했다. 소규모 업체는 권장인데,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식품 제조 공장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스마트해썹 도입률이 50% 미만으로 집계됐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이광원 원장(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은 "작은 회사 입장에서 시스템 변화를 주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 이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바꾸는 게 오히려 5~10배 가까이 절약 효과를 낸다는 게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 지원이 있지만 지원 절차가 복잡한 것도 애로 사항 중 하나다"고 했다. ▲식품안전에 능통한 인력이 부족하고 ▲기존 장비와 새 기술이 안 맞고 ▲회사마다 데이터 형식이 달라 표준화가 어려운 것도 현실적인 문제다.

2단계(시스템 통합)에도 애를 먹고 있다. 이광원 원장은 "행정적으로 식품 안전 법령과 관리 주체가 농림부·식약처·해양수산부 등 여러 기관으로 나뉘어 있어 통합적으로 관리되기 어렵다"고 했다.

◇"디지털 HACCP 도입시 2030년 사전 예방 가능"
전문가들은 사전 예방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3단계'까지 고려한, '디지털 HACCP'을 신설한 후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HACCP은 기존 HACCP에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과 자동 검사 시스템을 결합한 것이다. 이광원 원장은 "AI 기반 기술이 도입돼야 효율적으로 식중독 사전 예방을 할 수 있다"며 "공기 중 세균 증식 정도를 미리 예측하고, 공장에 설치한 센서로 실시간 청결도를 확인하고, 카메라가 제품을 찍어 이상한 부분은 자동 품질 검사하는 등의 예측헝 안전관리 기술을 도입하면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단계별 의무화 계획을 도입하면 2030년엔 컴퓨터가 식중독을 미리 예측해서 막아줄 것"이라고 했다. 하상도 교수는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자동화 검사 시스템 등을 활용하도록 관리기술서에 명시해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AI 기반 기술은 전문화된 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해줘, 오히려 대기업과 식품 안전 관리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충분하다. 글로벌 기업 네오젠은 식품 내 지표 세균을 AI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해 6초 이내 판독하는 '페트리필름 플레이트 리더' 등을, 국내 스타트업 엘로이랩은 초분광 기술과 맞춤형 인공지능을 결합해 식품 공정 중 발생하는 이물질을 실시간으로 검사하는 'SPECTRAL AI' 등을 제공하고 있다. 유통 온도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능형 온도스티커(TTI, 온도와 시간의 누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스티커)를 디지털화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회사는 스마트폰으로 TTI를 촬영하면, 색 변화 정도를 분석해 정확한 유통기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국제 출원했다. 우리나라도 오뚜기, SPC그룹, 농심 등 대기업에서는 이미 선제적으로 AI 기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광원 원장은 "대기업에서 기술을 전수하도록 하고, 공동 시설을 구축하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