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충으로 분류되는 알통다리잎벌레의 일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지난 7월 29일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에는 알통다리잎벌레류 곤충인 ‘사그라페모라타(Sagra femorata)’가 남해안 칡덩굴에서 포착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는 ‘사그라알통다리잎벌레’라는 이름으로 소개됐지만, 공식적인 한국어 명칭은 아직 없다. 자주빛 광택이 도는 등껍질과 개구리 다리처럼 굵은 뒷다리로 인해 ‘열대의 보석곤충’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 곤충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라는 점이다. 잎과 줄기를 갉아 먹어 광합성을 방해한다. 특히 칡 등 덩굴식물의 줄기 속에 알을 낳아, 유충이 내부 조직을 파고들어 자라면서 생장을 크게 저해한다. 줄기 전체가 마르거나 시드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유충이 줄기 안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약제가 내부까지 도달하기 어려워 방제 효과도 떨어진다.
이 곤충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며, 일본과 대만에서도 정착 사례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2012~2014년, 그리고 2021년에 일시적으로 유입된 적이 있지만 대량 번식한 사례는 아직 없다. 다만 이 곤충이 발견된 일본 오사카와 우리나라 남해안이 비슷한 위도에 있는 만큼, 국내 정착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열대 해충의 한국 정착 이유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곤충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이동성이 강해 환경 변화에 따른 분포 변화가 두드러지는 생물”이라며 “열대 곤충의 북상은 기후 변화의 증거”라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해당 종이 발생한 사실을 인식했다”며 “환경부 국립생태원과 합동 조사 예정이며 발생 정도·범위 등을 확인한 후 관련 기관과 향후 조치 사항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조희욱 박사는 “이전에 유사한 종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국내에 정착한 것이라면 예측할 수 없는 생태적 지위를 가질 수도 있다”면서 “국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