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키썬라'의 승인을 권고했다. 이는 한 차례 승인 여부를 재심사한 끝에 최초의 반대 의견을 뒤집은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릴리는 CHMP가 키썬라를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 권고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키썬라의 주성분인 '도나네맙'은 아밀로이드 판을 제거해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의 인지 저하를 늦추는 약물이다. 월 1회 30분간 정맥 주입하면 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결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독성 응집체 생성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지연시킨다. 현재 미국·일본·중국 등 국가를 포함해 총 13개 국가에서 허가됐다.
이번 승인 권고로 릴리는 최초 반대 의견이 나온 지 약 4개월 만에 기존의 의견을 뒤집었다. 앞서 CHMP는 지난 3월 키썬라의 이점이 대표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부작용 위험을 능가할 만큼 크지 않다고 평가해 승인을 반대한 바 있다. ARIA는 뇌에 MRI 스캔을 했을 때 뇌에 부종(ARIA-E) 또는 출혈(ARIA-H)가 발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릴리는 지난 4월 EMA에 재검토를 요청하고, 새로운 투여 방식을 제안했다.
CHMP는 키썬라의 사용 조건을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되면서 아포지단백 E ε4(ApoE ε4)를 보유하지 않았거나, 이형접합(유전자 사본이 1개인 환자) 보유자로 한정했다. 동형접합(유전자 사본이 2개인 환자) 보유자는 ARIA 발생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나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승인 권고 과정은 비슷한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신약인 에자이의 '레켐비'와 매우 유사하다. 레켐비는 작년 7월 CHMP로부터 승인 반대 의견을 받았고, 이유 또한 약물의 효과가 ARIA 부작용 위험을 능가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동일했다. 이후 에자이는 재심사를 요청한 끝에 4개월 뒤인 2024년 11월 기존의 의견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권고 대상에서 아포지단백 E ε4 동형접합 보유자가 빠진 조건까지 모두 똑같다.
일라이 릴리 인터내셔널 패트릭 존슨 사장은 "이번 긍정적인 의견은 유럽 전역의 적격 환자들에게 키썬라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서 중요한 이정표"라며 "키썬라는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승인 권고는 주로 임상 3상 시험 'TRAILBLAZER-ALZ 6'의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TRAILBLAZER-ALZ 6은 키썬라의 수정된 적정 투여 일정을 평가한 연구다. 연구에서 기존 투여 일정과 비교한 결과, ARIA 부작용이 나타난 비율이 투여 24·52주 시점에 각각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와 타우 단백질의 감소 효과는 유사했다. 이 외에도 기존 투여 일정을 평가한 'TRAILBLAZER-ALZ 2' 연구에서도 키썬라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유의미하게 늦추고 질병 진행 위험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