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들은 자녀가 만나는 사람이 성에 안 차기도 한다. 그렇다고 간섭해선 안 된다. 부모가 자식의 연애에 간섭할수록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자녀와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으면서 자식의 연애에 개입하는 것은, 자녀도 부모만큼 발언권이 있는 가정에서 그나마 가능했다.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 연구팀은 부모가 자식의 연애를 지지하는 또는 방해하는 것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18세에서 24세 대학생 264명을 모집했다. 참여자들은 ▲그들의 연애 이력 ▲부모 중 한 명과의 관계 ▲해당 부 또는 모가 연애를 지지했는지 혹은 방해했는지 ▲해당 부 또는 모와 최근에 연인에 관해 나눈 대화가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 ▲지금 해당 부 또는 모와의 관계가 안정적인지 최악인지 등을 묻는 설문 조사에 응답했다. 설문 조사에는 ‘부 또는 모가 내가 연인과 약속을 잡기 어렵게 만든다’ ‘부 또는 모는 내가 연인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등 문항이 포함돼있었다.
응답 결과를 분석하니, 부모가 자녀의 연애를 응원하든 방해하든 그들의 관계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부모-자녀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부모가 자식의 연애에 훼방을 놓으려 들수록 자녀와의 관계가 경직됐고, 엉망진창이 되는 경향이 강했다. 반대로, 연애를 도우려고 할 땐 부모-자녀 관계가 비교적 원활하고 안정적인 편이었다. 연구팀은 이것이 자녀의 연인을 헐뜯는 부모는 자녀와 충돌하는 반면, 자녀의 연애를 지지하는 부모는 긍정적 대화를 나누게 되기 때문이라고 봤다. 부모의 말이 실제로 자녀의 연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부모-자녀 간 관계의 온도를 뒤바꾸기엔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상관관계는 가정 분위기에 따라 때로 반전되기도 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연애에 간섭한다고 해서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진 않았다. 부모가 자녀의 일에 끼어들긴 했어도 기저에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와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의 말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러넘기지 못하는 분위기의 가정에선 반대였다. 부모가 자식의 연애를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부모-자식 관계가 나빠지기도 했다. 폴 슈로트 텍사스 크리스천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조언을 자식이 듣기 거슬려 하고 통제로 받아들이는 경우, 자녀가 부모와 긍정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사이가 나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연구(Communication Researc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