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육아 관련 콘텐츠가 많이 올라온다. 특히 릴스 형식의 짧고 생생한 영상도 인기를 끈다. 이에 #육아그램 #육아일상 #육아맘 등의 해시태그들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영상 내용은 아이가 첫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떼쓰는 모습, 심지어 목욕하는 일상 장면까지 매우 다양하다. 육아 과정을 담은 콘텐츠는 육아의 현실과 소소한 감동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콘텐츠의 중심이 된 아이가 원치 않는 노출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일 교수는 “아직 제대로 의사 표현을 못할 뿐,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윤리적 관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샤워하는 모습 등은 자아 정체감이 형성되는 시기에 수치심이나 불안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민 전문의 역시 “아이의 소중한 일상이 가감 없이 기록돼 훗날 아이가 성장했을 때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부정적 위험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며 “팔로워 중 일부가 아이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면, 부모는 조회수와 팔로워 관리를 위해 조금 더 자극적인 영상을 계속 올리며 아이를 콘텐츠 소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이의 지금 모습뿐 아니라 미래의 자아까지 보호하는 부모의 책임감 있는 SNS 사용이 중요하다.
각종 위험성에도 SNS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부모의 심리는 뭘까? 정성민 전문의는 “‘나는 이런 부모야’라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아이를 키우는 고된 과정 속에서 힘듦을 나누면서 공감 받고 싶은 인정욕구일 것”이라며 “생활 자체가 SNS 소재가 된 시대에 육아도 하나의 소재가 되면서 울음, 떼쓰는 장면, 아이의 실수 연발 장면을 흥미롭게 인식하고 공유해 웃음형 콘텐츠로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NS를 활용하고 싶다면 ‘건강하게’ 사용하자. 정성민 전문의는 “가족과 아이의 소중한 순간을 자연스럽게 기록하되, 무리한 연출 없이 진솔한 장면으로 주 1~2회 최소한으로 올리는 것이 좋다”며 “특히 아이가 성장한 후 어렸을 때의 영상을 봤을 때 수치심과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는 올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현실 세상의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류일 교수는 “게시물을 올리기 전, 미래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내가 만약 똑같이 노출됐을 때 아무렇지 않을지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