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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연속으로 열세 번 구르다가 망막이 찢어지고 황반부 손상을 입어 성인이 된 이후 후유증을 겪고 있는 데보라 코브./사진=데일리메일
십 대 시절 연속으로 열세 번 구르다가 망막이 찢어지고 황반부(망막 중심 부위) 손상을 입어 성인이 된 이후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영국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여성 데보라 코브(42)는 지난 2002년 십 대 시절, 친구들과 누가 더 많이 구를 수 있는지 대결하던 중 열세 번 연속 구르기를 했다. 데보라는 어지러움을 심하게 느꼈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을 겪었다. 데보라는 “눈이 빙빙 돌고, 초점이 맞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단순한 어지러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세상이 주홍빛으로 보였다”고 했다. 데보라는 다음 날 아침까지 시력이 돌아오지 않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데보라에게 ‘황반부 출혈’ 진단을 내렸다. 의사는 “양쪽 황반부에 출혈이 있었다”며 “완전히 회복되려면 3~6개월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약 3개월 뒤 데보라는 시력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망막 찢어짐으로 인한 빛 번쩍임과 비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뿐이지만, 백내장이 생겨 또 다른 수술을 해야 할 수 있어 참고 지낸다”고 전했다.

데보라의 사연을 접한 미국 미시간대 키로그 아이 센터 망막 전문의 라제쉬 라오 박사는 “구르기 동작으로 인해 머리를 반복적으로 거꾸로 뒤집으면 망막 정맥 압력이 높아져 황반부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망막 정맥은 눈 속 혈액의 배출 통로 역할을 한다. 망막 압력이 높아지면 혈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망막에 출혈이나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비앤빛안과 류선영 원장은 “망막 정맥 압력이 갑자기 높아지면 시력 저하나 시야의 일부분이 뿌옇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황반부가 함께 손상되면 중심 시력에 영향을 미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황반은 우리가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심 시야 부위로, 시력 유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면 시야에 왜곡이나 흐림, 암점(검은 점)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황반부 출혈은 나이가 들거나 고혈압, 당뇨병, 혈액 응고 이상 등이 있을 때 유발된다. 반면 젊은 사람의 경우 머리나 눈을 세게 부딪치거나 구르기·물구나무 등의 자세를 해 순간적으로 머리 혈압이 상승하면 황반부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류선영 원장은 “황반부 출혈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다”며 “이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출혈이 지속된다면 망막에 흉터가 남거나 조직 변형 등이 발생해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황반부 출혈 치료법은 원인, 출혈 정도, 시력 저하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같은 기저 질환이 있으면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출혈이 적고 시력 저하가 크지 않으면,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저절로 흡수되는지 관찰한다. 다만, 시력 저하가 계속된다면 주사 치료, 레이저 치료 등을 고려한다. 주사 치료로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사를 황반부에 직접 주사하고, 레이저 치료를 통해 비정상적인 혈관을 레이저로 태워 출혈을 막는다. 치료 효과가 없을 때 유리체 절제술(눈 속을 채우고 있는 투명한 조직인 유리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