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의료정보 기록 앱 ‘데이터히포’ 출시
히포크랏랩스·서울성모병원 권순용 교수 공동 개발
“환자 중심 의료 기록 혁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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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권순용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우)'히포데이터' 앱 내 정리된 상세 진료 내용./사진=권순용 교수 제공, '히포데이터' 앱 캡처
고령의 부모가 혼자 병원 진료를 받는 경우, 자녀나 보호자가 진료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이런 현실적인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이 진료 내용을 녹음하고 정리해주는 의료 기록 서비스 앱이 나왔다.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기업 히포크랏랩스는 최근 AI 기반 진료 기록 앱 ‘데이터히포(DataHippo)’를 출시했다. 환자가 의료진의 동의를 받아 진료 내용을 녹음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병원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SOAP 형식(주관적 증상, 객관적 소견, 평가, 치료 계획)에 맞춰 자동 정리해주는 서비스다.

이 앱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권순용 교수와 공동 개발됐다. 권 교수는 “환자들이 진료 후 집에 돌아가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기억하기 어렵고, 가족에게 설명하다가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AI가 진료 내용을 구조화해 저장해주면, 환자의 건강 이력을 스토리처럼 이어갈 수 있어 진단과 치료 모두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음성 기능 탑재·민감 정보는 빼고 기록
기존 병원 시스템처럼 의료진이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진료 정보를 기록하고 활용하는 앱 출시는 국내 첫 사례다. 히포크랏랩스 최현섭 대표는 “데이터히포는 진료 내용을 요약된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력이나 인지 기능이 떨어진 고령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읽어주기(듣기)’ 기능을 탑재했다”며 “AI가 인식한 의학 용어에는 설명 링크도 연결돼 있어, 환자가 쉽게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녹음된 음성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자동 삭제되며, 텍스트 데이터 역시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 정보는 비식별 처리된다. 최 대표는 “환자가 의료진 동의 후 녹음을 시작하도록 앱에 안내 문구를 넣어 불필요한 오해나 법적 문제를 예방했다”고 말했다.


출시 이후 데이터히포는 꾸준히 다운로드되고 있으며, 이 중 약 30%는 실제 진료 녹음과 요약 기능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정형외과 진료 때 이 앱을 처음 사용해봤다는 심모(61·경기 수원시)씨는 “진료 때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가족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앱으로 의사의 설명을 그대로 들려줄 수 있어 질병 정보를 가족과 공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모(72·서울 한남동)씨도 “진료가 끝나면 중요한 내용을 잊을 때도 있었는데, 이 앱은 나만의 의료 기록 일지처럼 남아서 유익하다”며 “나중엔 직접 메모나 추가 설명도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 중심 건강 관리에 AI 필요한 시대… 문화 확산되길”
전문가들은 이 앱이 단순한 진료 기록 도구를 넘어,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권순용 교수는 “의료 정보를 구조화하고 축적하는 것이 결국 맞춤형 건강 관리의 시작”이라며 “AI가 환자의 건강 스토리를 만들고,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데이터히포에 기록된 의료 정보는 환자 개인의 자산으로 귀속되며,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통해 모든 데이터가 안전하게 저장·전송된다. 최현섭 대표는 “의료 데이터의 주권을 환자에게 돌려주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정밀의료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의료진이 녹음에 부담을 느끼는 점은 향후 확산의 과제로 꼽힌다. 최 대표는 “의사와 환자 간의 정보 비대칭은 의료사고나 법적 분쟁의 주요 원인이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의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환자 중심의 건강 관리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권순용 교수 역시 “의사와 환자 간 신뢰와 공감이 쌓이면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정보 공유의 균형이 결국 환자 중심 의료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현섭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단순 기록에 그치지 않고, AI가 축적된 진료 이력을 바탕으로 질의응답까지 가능하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이 앱이 초고령화 사회에서 환자의 의료 자립을 돕는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