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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복용했다가 부작용을 겪기 전(왼)과 후(오)의 탈리아 스미스/사진=데일리메일
요로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복용했다가 부작용으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 한 미국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여성 탈리아 스미스(45)는 2021년 4월, 하부요로감염의 일종인 방광염을 진단받았다. 당시 의사는 플루오로퀴놀론계인 '시프로플록사신'이라는 항생제를 처방했다. 시프로플록사신은 요로감염 등 다양한 감염증 치료에 흔하게 사용되는 약물로, 의사는 "자주 사용하는 안전한 약"이라며 특별한 경고 없이 복용을 권했다.

그러나 세 번째 복용 후 탈리아의 몸에 이상 신호가 찾아왔다. 전신 근육통이 시작됐고 팔과 다리의 감각이 사라졌으며, 시력과 청력도 저하됐다. 점차 걷는 것이 어려워졌고,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까지 급속도로 악화됐다.

탈리아가 겪은 증상은 ‘플루오로퀴놀론 독성 증후군'이다. 이는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의 복용 후 발생할 수 있는 희귀 부작용으로, 신경계 이상, 힘줄 파열,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6년 플루오로퀴놀론계 항생제에 해당 계열 약물에 대해 "심각하고 잠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고 수준의 안전 경고인 '블랙박스 경고'를 부여했다.


탈리아는 '비만세포활성화증후군(MCAS)'까지 유발돼 극심한 음식 거부 반응과 장기 기능 저하가 함께 발생했다. 비만세포활성화증후군은 체내 비만세포의 과활성화로 인해 다양한 알레르기 반응과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탈리아는 5개월 만에 체중이 절반 이상 줄었고, 한때는 27kg까지 감소해 호스피스 치료(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탈리아는 비만세포 안정제를 투여한 후 상태가 조금씩 호전됐다. 음식 섭취가 가능해지면서 탈리아는 2022년 5월, 호스피스에서 벗어나 고통 완화 치료(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신체적·정서적 통합 치료)로 전환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24시간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바깥 외출은 병원 방문 외에 거의 불가능하며, 비만세포활성화증후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음식도 5가지뿐이다.

대구 코넬 비뇨기과 이영진 원장은 "시프로플록사신은 다양한 감염에 효과가 있는 광범위 항생제로 자주 사용된다"며 "부작용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한 번 발생하면 회복이 쉽지 않고, 삶의 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생제는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 하에 복용해야 하며, 복용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