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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의 명칭을 변경하고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23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수술 뿐 아니라 약물에 의해서도 인공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낙태 허용 한계 조항 삭제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 적용 ▲임신중지 의약품의 국내 도입과 필수의약품 지정 등이 핵심 내용이다.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남 의원은 “낙태죄가 비범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지에 대한 명확하고 공식적인 정보가 부재하고, 의약품 접근이 음성화돼 있다”며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의사를 만나기까지 지연되는 임신중지로 인한 불안 등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도 12주·24주 등 임신 기간이나 성폭력·산모 건강 위협 등 특정 사유에 따라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이번 개정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치중된 나머지 태아 생명 보호를 등한시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개정안은 생명 존중의 헌법 가치와 공공 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낙태의 전면 금지가 아닌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보호의 균형을 요구한 것이므로, 허용 한계의 전면적 삭제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면서 “태아 생명 보호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의무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새로운 헌법적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도 의료 재정과 윤리적 기준에 모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지를 공적 재정으로 보장하는 건 질병·부상 예방과 치료를 위한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난다”면서 “또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는 예산이 투입될 경우, 희귀질환자나 필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국민에게 돌아갈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임신중단이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로 편입될 경우, 생명 종결이라는 민감한 의료 행위가 수익 창출의 대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및 필수의약품 지정도 비판했다. 태아의 생명을 종결시키는 행위로 윤리적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사회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등 임신중지 약물은 대량 출혈, 심한 통증, 불완전 유산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건강보험 적용과 의약품 도입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은 수정란의 영양 공급을 차단하고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유산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의사회는 “태아 생명권 보호를 위한 법적·윤리적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의료인의 양심과 직업윤리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