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방랑·치료제 부재…
희귀질환 환우 좌절시키는 현실
[환우회 탐방]
김재학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 인터뷰
희귀질환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희귀질환은 유병 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현 1314개 질환이 포함돼 있다. 질환 자체가 희귀해 진단할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도 한정적이고 정확한 병명을 찾더라도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이런 희귀질환 환우들의 목소리를 모아 그 어려움을 덜고 서로 위로하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단체다. 현재 86개의 희귀·난치성질환 환우 단체가 소속돼 있으며 한 명뿐인 희귀질환 환우라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합회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30년째 희귀질환 샤르코-마리-투스를 앓고 있는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재학 회장(65·경기도 광주시)은 환우들이 겪는 외로움과 제도 밖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를 만나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활동 및 성과와 향후 목표 등에 대해 들었다.

-샤르코-마리-투스라는 병이 생소하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일부 유전자의 운동·감각신경에 변이가 생겨 손발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근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균형이 무너지는 희귀질환이다. 어려서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체력이 남들보다 약하고 발이 조금 불편한 정도로만 여겼다. 성인이 돼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다리 골절이 잦아 뼈에 이상이 있나 싶어 병원을 찾았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 말초신경염으로 1년간 치료를 받았었다. 하지만 치료 후 오히려 체중이 증가해 보행이 불편해지는 등 증상이 악화됐다. 10년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샤르코-마리-투스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최병옥 교수를 만나 진단을 받았다. 아직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라서 병이 점점 진행된다. 감기만 심하게 앓아도 병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 뿐이었지만 지금은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힘들다.”
-치료제가 없다면 증상이 나빠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인가?
“샤르코-마리-투스는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어 환자 스스로 상태가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병원에서 처방되는 약들도 완치 목적이 아닌 증상 완화 목적의 근육이완제, 엽산, 비타민B·C에 그친다. 이마저도 비급여라 환자 본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근력 저하로 움직임이 줄어들다 보니 진단 초기에 96kg까지 체중이 늘었고 몸이 무거워지니까 평소보다 자주 넘어져 골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의료진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고 약 20kg를 감량해 몸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1주일에 다섯 번 이상, 매번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씩 수영하며 병 진행을 늦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재활운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의미가 돼 매년 전국 장애인 수영대회에 출전하며 다수의 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샤르코-마리-투스 환자로 살면서 직면한 어려움은?
“사회적인 제도나 인식 등에서 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상에서 일반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불편함을 겪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례로,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하려 해도 대부분의 장애인 시설이 척수 손상을 비롯한 하지마비 장애인 기준으로 설계돼 도움 없이 이용하기 힘들다. 손 근력이 약하기 때문에 손잡이나 문을 여는 것은 물론 팔 힘으로 휠체어에서 좌변기로 이동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취업의 어려움뿐 아니라 유전질환이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 등에 대한 두려움, 죄책감 등이 늘 따라붙는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일부 유전자의 운동·감각신경에 변이가 생겨 손발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근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균형이 무너지는 희귀질환이다. 어려서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체력이 남들보다 약하고 발이 조금 불편한 정도로만 여겼다. 성인이 돼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다리 골절이 잦아 뼈에 이상이 있나 싶어 병원을 찾았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 말초신경염으로 1년간 치료를 받았었다. 하지만 치료 후 오히려 체중이 증가해 보행이 불편해지는 등 증상이 악화됐다. 10년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샤르코-마리-투스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최병옥 교수를 만나 진단을 받았다. 아직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라서 병이 점점 진행된다. 감기만 심하게 앓아도 병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 뿐이었지만 지금은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힘들다.”
-치료제가 없다면 증상이 나빠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인가?
“샤르코-마리-투스는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어 환자 스스로 상태가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병원에서 처방되는 약들도 완치 목적이 아닌 증상 완화 목적의 근육이완제, 엽산, 비타민B·C에 그친다. 이마저도 비급여라 환자 본인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근력 저하로 움직임이 줄어들다 보니 진단 초기에 96kg까지 체중이 늘었고 몸이 무거워지니까 평소보다 자주 넘어져 골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의료진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고 약 20kg를 감량해 몸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1주일에 다섯 번 이상, 매번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씩 수영하며 병 진행을 늦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재활운동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의미가 돼 매년 전국 장애인 수영대회에 출전하며 다수의 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샤르코-마리-투스 환자로 살면서 직면한 어려움은?
“사회적인 제도나 인식 등에서 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상에서 일반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불편함을 겪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례로,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하려 해도 대부분의 장애인 시설이 척수 손상을 비롯한 하지마비 장애인 기준으로 설계돼 도움 없이 이용하기 힘들다. 손 근력이 약하기 때문에 손잡이나 문을 여는 것은 물론 팔 힘으로 휠체어에서 좌변기로 이동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취업의 어려움뿐 아니라 유전질환이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 등에 대한 두려움, 죄책감 등이 늘 따라붙는다.”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설립된 2001년도에는 그저 샤르코-마리-투스 환우회 회원 중 한 명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환우들이 지금보다 더 병을 숨기고 혼자 감내하려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병옥 교수님께서 ‘이렇게 숨어 지내지만 말고 함께 모여 이야기라도 나눠보면 좋겠다’고 제안하신 게 전환점이 됐다. 그때부터 환우들이 모여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해 샤르코-마리-투스 협회가 만들어졌고 초대 회장을 맡게 됐다. 이후 협회가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가입하게 됐고 처음에는 대의원, 이후 부회장을 거쳐 회장직을 맡게 됐다. 연합회 회장은 3년 임기며 내년 2월까지 회장직을 맡는다.”
-연합회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성과는?
“환자 중심 복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진행 중인 대표 사업은 질병관리청과 2007년부터 진행해 온 ‘희귀질환자 쉼터 사업’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환우들이 서울에 진료를 받으러 오면 숙박비 부담이 커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에 숙박공간을 마련해 무료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의 큰 성과는 2015년 희귀질환 관리법 제정이다. 연합회 소속 단체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 제도화를 이끌었고 현재는 이를 넘어 실질적인 복지를 포함한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을 위해 정책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 간담회, 토론회를 열며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연합회 소속 85개 환우 단체의 각 질환별 자조모임을 온·오프라인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환우들의 심리 상담, 미술 치료, 희망의 소리 합창단 활동 등 문화, 심리지원 활동도 지속 중이다.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오해나 편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매년 대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연합회 유튜브 채널 ‘엔젤스푼’에 의료진이 직접 출연해 각 희귀질환을 설명하는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올해에는 어셔신드롬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구경선 작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인스타툰 형식으로 대중들에게 희귀질환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진단 방랑은 희귀질환 환자들의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다. 특이 증상에 의해 동네 병원, 2차·3차 병원까지 전전하지만 정확한 진단까지 수년이 걸린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병명을 알기까지 30년이 걸리기도 했다. 진단 방랑을 최소화하려면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7개의 희귀질환 전문센터가 있지만 모든 센터를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고 정보를 취합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 각 센터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지만 서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진단 정확도와 치료 접근성이 낮아지는 한계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국립암센터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우리나라 암 치료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듯, 희귀질환도 국가 차원의 전담센터가 필요하다. 여기에 환자 정보와 치료 데이터를 집대성해야 희귀질환 환자들의 진단이 미뤄지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다음 목표는?
“희귀질환복지법 제정이 최우선 목표다. 희귀질환관리법 제정 후 10년이 지난 지금,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희귀질환관리법 제정도 큰 성과지만, 행정 중심 제도이다 보니 환자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들의 삶과 연결되는 복지법 제정이 절실하다. 주로 겪는 제도적 어려움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치료 접근성이다. 예를 들어,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환자는 치료 효과를 위해 약을 48시간 내에 투여해야 하지만 현행 사전심사제도에서는 최소 2주가 걸려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치료제가 대부분 고가인데다가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한다는 점도 환자 부담을 높인다. 이에 연합회는 고가 치료제 수입 시 관세·부가세 면제 법안, 신속한 치료제 사용이 가능한 예외 조항 신설, 산정특례 부담률 인하 등을 발의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법 안에 홈케어와 부모 사후 돌봄 문제도 포함돼야 한다. 희귀질환자의 80% 이상이 유전질환이다 보니 가족 돌봄이 필수다. 하지만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혼자 남게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생애 주기별 돌봄 체계가 꼭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