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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코벳 오이세 대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사진=이해림 기자
반려동물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2년 기준 62억 달러(약 8.5조 원)로 추산되며, 10년 뒤인 2032년에는 152억 달러(약 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반려동물이 ‘애완동물’을 넘어 가족 일원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며 국내 동물병원 수 역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47.7% 증가했다.

그러나 동물병원 연 매출은 사람 의료기관에 비교하면 적다. 국세청의 ‘통계로 보는 생활업종’에 따르면, 귀속연도 2023년 기준 전국 개인 사업자 동물병원의 평균 연 매출은 3억 9728만 원(월평균 3310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사람 의료기관 중 평균 연 매출이 가장 낮은 편인 내과·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평균 연 매출이 9.6억 원, 치과의원은 7.7억 원, 한의원은 4.9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코벳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엣지랭크 사옥에서 ‘코벳 클리닉 플러스’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향후 동물병원 생존에 인공지능(AI) 진단, 마케팅, 이커머스 활용이 필수불가결해질 것임을 강조했다.

AI를 활용하면 수의사가 정확한 진료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예컨대, SK 텔레콤과 코벳이 함께 개발 보급 중인 AI 진단 솔루션 엑스칼리버는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AI로 분석해 수의사의 질병 진단을 돕는 진단 보조 서비스다. 의심할만한 질환 목록과 각 질환으로 진단될 확률을 정리해 보여줌으로써 진료에 도움을 준다. 현재 1200여 개 동물병원에 보급되어 있으며, 코벳은 ‘코벳 클리닉 플러스’를 이용하는 동물병원에 엑스칼리버 등 AI 솔루션을 보급함으로써 효율적 진료를 도모하겠단 계획이다.

환자 신규 유입과 재방문을 늘리고, 이탈을 막기 위해 마케팅도 필요하다. 신규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네이버 플레이스, 파워 링크 광고를 집행하고, 동물병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플레이스 광고는 네이버 지도에서 특정 장소를 검색한 사용자에게 내 업체가 우선 노출되도록 하는 광고, 파워 링크 광고는 사용자가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텍스트 기반 광고다. 동물병원 카카오톡 채널을 친구 추가한 보호자에게 반려동물 건강 상식과 양육 방법에 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전송함으로써 동물병원에 신뢰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다만, 전국 동물병원 73%가 1인 원장 체제라 수의사가 스스로 마케팅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 코벳 클리닉 플러스 이용 동물병원들은 코벳과 협업하는 마케팅 대행사 엣지랭크가 마케팅을 대신 한다.


이커머스를 통해 진료 이외의 다른 수익 경로도 창출할 수 있다. 현재 펫푸드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하지만,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보호자가 대부분이라 동물병원을 통한 펫푸드 유통은 약 7%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3년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병원은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텔레비전보다 보호자 신뢰도가 높았다. 동물병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신뢰도와 소비자 접근성을 모두 갖추므로 일반 펫푸드 온라인몰 대비 차별점이 있다. 이미 몇몇 동물병원에서는 자체 온라인몰이나 네이버스토어를 개설해 수의사 추천 펫푸드를 판매 중이다. 코벳 클리닉 플러스의 경우, 동물병원의 카카오톡 채널을 친구 추가한 보호자가, 동물병원이 보낸 메시지 창 아래에 뜨는 하단 메뉴를 클릭하면 해당 동물병원이 개설한 펫푸드 온라인 몰로 넘어가게 하는 ‘벳투홈(Vet2Home)’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호자가 해당 동물병원이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펫푸드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동물병원은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를 통해 3시간 이내에 펫푸드를 집으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무게 7kg, 배달거리 2km 이내는 기본 배송 요금 4500원만 적용되며, 동물병원 측이 배송비의 몇 퍼센트를 분담할지는 수의사가 정할 수 있다.

주식회사 코벳 오이세 대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는 “동물병원을 20여 년간 운영하면서 AI 진단 도구와 마케팅, 이커머스가 운영에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타 업계에선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니 수의사들도 이를 벤치마킹하면 동물병원을 더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수의학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수의사들이 동물 관련 사업의 여러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동물병원과 사업 관계자들을 대한수의사회가 적극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코벳은 ▲반려동물 건강검진 프로그램 표준화 ▲펫보험 가입 활성화를 위한 펫보험 사이트 연동 시스템 역시 준비 중이다. 현재는 건강 검진을 동물병원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다. 표준적인 건강 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면 어느 동물병원에 방문하든 똑같은 고품질의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메리츠 화재, DB 손해보험, 현대해상, KB 손해보험 등에서 펫보험을 출시했으나 가입률이 2023년 기준 1.4%로 저조하다. 이에 코벳은 동물병원 카톡 채널을 친구 추가하면, 메시지 창 하단 메뉴에서 병원과 협력하고 있는 보험사 사이트로 들어가 펫보험 상품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