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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주식이나 비트코인 투자를 하다 보면, ‘지금 조금 잃었지만, 나중에 만회할 수 있겠지’ ‘인생은 한방이다’ 식의 위험한 생각에 빠지곤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이성적인 상태로 투자하고 있지 않음을 당사자는 알아차리지 못하곤 한다.

신중한 태도로 투자에 임하고 있는지 자아 성찰이 어렵다면, 참고해볼 만한 지표가 있다. 바로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숏폼(Short-form, 짧은 영상) 영상을 자주 보는지다. 최근 숏폼에 강하게 중독됐을수록 재정적 손실에 덜 민감하고,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중국 연구팀은 18세에서 24세 대학생 36명을 모집해, 숏폼 중독 증상이 있는지 묻는 설문지에 응답하게 했다. 질문지는 ▲숏폼을 보고 싶은 충동이 얼마나 큰지 ▲영상 시청 시간 조절이 얼마나 어려운지 ▲숏폼을 지나치게 봐서 부정적 결과가 생긴 적 있는지 등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이후 참여자들이 돈을 잃을 수도, 얻을 수도 있는 도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그들의 뇌 활동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fMRI는 뇌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면 해당 영역으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는 점에서 착안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참여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의사 결정 과정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인 드리프트 확산 모형(DDM)으로 분석했다. DDM은 개인이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나 많은 단서를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로써 개인이 심사숙고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정하는지, 천천히 신중하게 결정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숏폼 중독 증상을 많이 보이는 사람일수록 재정적 손실 가능성을 개의치 않았고, 위험 부담을 기꺼이 감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중독 증상을 적게 보이는 사람보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행동의 근거를 수집하는 속도가 빨랐고, 더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fMRI 결과에 따르면, 숏폼에 중독된 사람들은 자기반성과 가치 평가 역할을 수행하는 뇌의 ‘쐐기앞소엽’ 부위 활성도가 떨어져 있었다. 쐐기앞소엽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손실에 둔감하고, 경솔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중국 톈진대 심리학과 치앙 왕 교수는 “숏폼에 중독된 사람들은 손실에 둔감하고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이들은 숏폼을 보다가 장기적으로 시간을 낭비하거나 수면 문제가 생길 위험은 과소평가하고서 즉각적 즐거움을 얻기 위해 숏폼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Imag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