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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요." 80대 한 어르신이 최근 몇 개월 사이 계단을 오르기조차 힘들어졌다 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내보내는 문인 대동맥판막이 딱딱하게 굳어, 심장이 쥐어짜듯 혈액을 내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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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착이 일어난 대동맥 판막에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을 시행할 수 있다. /Microport 제공
이 질환은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한 판막이 석회화되면서 잘 열리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되면 숨이 차거나 흉통, 심지어는 실신이나 폐부종이 발생합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치료하지 않을 경우 1~2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전통적으로는 흉부를 절개하고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대수술이 필요했지만, 고령 환자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부담이 큰 치료법입니다. 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TAVI 시술(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입니다. TAVI 시술은 주로 허벅지에 위치한 대퇴동맥을 통해 좁아진 대동맥판막에 타비판막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흉부 절개나 전신마취 없이도 시술이 가능하며 회복 속도도 빠릅니다.

우리 연구팀은 2025년 6월 11일 Microport에서 개발한 자가팽창형 인공판막 'VitaFlow Liberty'를 이용한 TAVI 시술을 아시아 최초로 성공시켰습니다. 기존의 시술과 달리, VitaFlow Liberty는 전동모터를 이용한 전개 방식으로 유연하고 정밀한 위치 조절이 가능해 해부학적으로 까다로운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시술 안정성이 탁월합니다. 또한 니티놀 소재의 유연한 프레임 구조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해부학적 구조에 잘 적응하며, 반경력이 뛰어나 시술 시 판막이 원하는 위치에 안정적으로 펼쳐져서 시술 안정성이 큽니다. 니티놀 소재의 자가확장판막이어서 대동맥파열의 심각한 부작용은 없으며, 판막 주위로 혈액이 새는 역류를 막는 능력도 있습니다.


VitaFlow Liberty는 아시아 기술력으로 개발된 기기로, CE 인증을 받아 유럽에서도 임상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술은 단순한 성공 사례를 넘어,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해외 다양한 기술의 도입과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고, 고령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적용 가능한 차세대 TAVI 기기로, 앞으로도 심장질환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힐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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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심뇌혈관병원장)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고령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심혈관계 질환을 겪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의료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우리 의료진의 노력이 있다면,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